여야의 발 빠른 원 구성 협상 타결 이면에 서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찾게 되는 것은 그래서다. 국회의장부터 18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까지, 누구나 탐낼만한 자리의 주인을 정하는 과정이 원 구성 협상이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답보 상태였던 원 구성 협상의 물꼬가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의장직 포기’로 트인 것이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왼쪽부터)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난 8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 의원의 용단에서 (원 구성 협상 진척이) 비롯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당초 의장 도전 의사를 표해왔던 서 의원의 출마 포기로 협상 테이블에서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여야 3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6자 회동 자리에서 “최다선(8선)인 서 의원이 의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해 더불어민주당이 자동으로 의장을 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야권에서는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Key) 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이번 협상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아해 할 만큼 외교통일위원회 확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심 의원은 호주 최대의 공립학교인 모나쉬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정도로 이름난 ‘이론가’다. “4ㆍ13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심 의원을 외통위원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재야의 거센 요구를 수용해 더민주가 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급부로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확보, 지난 2011년 자신들의 손으로 출범시킨 종합편성채널 확대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핵심 인물들의 니즈(Needs)와 양보가 적절히 혼합되면서 여야 모두가 만족할 만 한 원 구성 협상이 이뤄질 수 있었던 셈이다.
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