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히라마쓰 요코 지음·이정원 옮김·씨네북스)=도시형 슬로 라이프의 전파자 히라마쓰 요코의 고요하고 정갈한 집밥 이야기. 요란하고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소금과 올리브유 한 두가지로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음식이다. 그러나 식재료가 다가 아니다. 요코의 요리법의 진수는 기다림이다. 가령 새빨간 토마토가 있다면 당장 베어 무는 게 아니다, 볼에 자른 토마토를 담고 소금을 두 꼬집 정도 넣고 살짝 섞은 다음 10분 동안 두는 것이다. 고작 이게 다이지만 전혀 다른 맛을 선사한다. 스파게티도 어려울 게 없다. 면을 8분 정도 삶는동안 토마토를 프라이팬에 구우면 그만이다. 우엉, 당근, 연근, 대파 등을 잔뜩 넣어 끓인 맑은 채소 장국, 레몬밥, 간장 하나로 튀겨낸 담백한 닭튀김 등 요코의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맛이 미각을 더욱 자극한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슬로우 심플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주는 요리책이다.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최창조 지음·민음사)=풍수는 땅을 잘 골라 음덕을 좀 보자는 술법 정도로 이해하는게 일반적이다. 한국 풍수는 그와 좀 다르다. 한국자생풍수는 사람과 자연의 상생을 모색한다는 점에 미덕이 있다. 그 중심에 통일신라 말 선승이자 한국 풍수지리의 비조인 도선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도선풍수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적극적 개입이다. 즉 좋은 땅을 찾는 풍수가 아니라 ‘아픈 땅을 고쳐서 좋은땅으로 만드는’풍수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베일에 싸인 도선 국사의 삶과 후세에 윤색된 각종 자료들을 바로 잡고, 도선 풍수 사상의 우수성과 가치를 재평가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