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5세 아동의 보육비 지원 정책인 누리과정에 대한 서울시 내년 예산(2521억원)은 한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싸움에 학부모들만 속탄다”는 비난이 나온다.
당장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누리과정 예산의 줄다리기 속에서 마음이 타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
서울시의회는 제264회 정례회 법정 회기를 6일 넘긴 22일 누리과정 학비로 편성됐던 2521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며 아예 반영하지 않았고, 시의회에선 형평성을 고려해 누리과정 예산도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삭감된 금액은 교육청의 내부유보금으로 남아 있어 향후 시의회의 동의를 거치면 집행할 수 있다.
반면 정부여당의 비판에 직면했던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 90억원은 한푼도 깎지 않고 그대로 통과됐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수당제도는 미취업 19~29세의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수당을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하는 청년활동지원 사업이다. 또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예산 232억원과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 관련 용역 예산 7억원 등 박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이 확정됐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 1721억원 등도 제 몫을 지켰다. 박 시장의 대권 프로젝트라는 정부여당의 비난이 집중되는 사업이다.
이같은 누리과정 갈등은 교육비 지원을 중앙정부가 부담할지, 지방재정에서 지원할지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누리과정은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시작했고 3~5세로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다. 서울시의회는 새누리당 29명, 새정치민주연합 75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작년에도 진통 끝에 국회 예비비 지원을 받아 누리과정 예산을 연말에 극적으로 봉합한 바 있다. 앞서 광주시ㆍ전남도 의회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의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비 50만원 가운데 누리과정에서 22만원을 지원받아 학부모는 월 28만원만 부담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50만원 전액을 내야 할 처지가 됐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당황스럽다’, ‘불안해서 어린이 집을 보낼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내 유치원들도 그동안 예산 삭감에 지속적으로 반발해와 앞으로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k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