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임료 요구
돈없는 고객은 사채업자 의존
연이율 35% 땅 짚고 헤엄치기
마지막 단물까지 빨아먹은 셈
경기불황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법조브로커와 변호사, 사채업자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됐다. 이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로 결탁해 여윳돈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동전 한닢까지 받아내는 악랄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5/12/01/20151201000902_0.jpg)
인천지검은 최근 법조브로커, 변호사와 결탁한 사채업자 3명을 검거했다. 검거의 시작은 지난 9월에 있었던 사채업자 사무소 압수수색이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사채업자가 변호사 수임료를 대신 낸 증거를 확보했다.
이들은 2012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법조브로커 69명에게 217억원의 수임료를 대출해주고 연이율 34.9%, 약 37억원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이들의 범죄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렇다. 빚에 쪼들려 생활하는 A씨가 새 출발을 하고자 파산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다. 사실은 브로커가 변호사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소다.
브로커는 A씨의 자격조건을 확인하고 변호사 수임료를 요구한다. 보통 130만~200만원 상당의 돈이지만 이미 궁지에 몰린 A씨에게는 수임료를 낼 돈이 없다.
이때 브로커가 사채업자를 소개해준다. 사채를 빌려 변호사 수임료를 내라는 것이다. 필요한 연대보증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해준다. 이후 파산 절차가 끝나 안도하는 A씨에게 곧이어 사채업자로부터 채권 추심이 시작된다. 이율은 법정최고이율인 34.9%다. 100만원을 빌려 3년간 갚는다고 치면 이자만 62만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높은 이자율의 부담과 회생ㆍ면책에 대한 기대로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수임료를 3~6개월에 걸쳐 우선적으로 갚게되면서 사채업자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고리의 이자수익을 취득한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사건을 긁어모았다. 일례로 법조브로커 B씨는 혼자서 약 1만 997건의 개인회생 등 법률 사무를 처리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건을 가져왔을까. 여기에도 사채업자들이 개입돼 있다.
사채업자 C씨에게는 ‘블랙 리스트’가 있다.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지 못하는 이들의 명단이다. 이미 빌려준 원금은 받았고 이자도 빼먹을 만큼 빼먹었다. 더 이상 관리하기도 귀찮아진 C씨는 브로커가 운영하는 파산 변호사 사무실에 리스트를 넘기고 소개료를 받아 챙긴다.
법조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마지막 단물까지 쪽 빨아 먹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채업자들이 브로커로부터 받는 소개료는 보통 변호사 수임료의 30%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규모가 더 큰 곳은 정기적으로 리스트를 넘기고 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대근·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