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노 기술, 논쟁에 마침표를 찍다 = 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산타바버라대와 스탠퍼드대 공동연구팀이 나노 기술로 해답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9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이름을 딴 반데르 발스 결합(Van der Waals bond)에서 해답의 열쇠를 얻었습니다.
비교적 약한 결합으로 두 원자가 가까이 접근할 때 원자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구름에 변동이 생기고 이로 인해 약한 정전기적 인력이 만들어집니다. 이로 인해 두 원자가 접착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가리켜 반데스 발스 결합이라고 합니다.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백만개의 미세한 나노 섬모가 있다. |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백만개의 미세한 나노 섬모가 있습니다. 각 섬모의 끝은 다시 갈라져 있고요. 그래서 각각의 인력이 모아지면 그 결합력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고체 물질의 표면에 접촉한 기체 입자들이 응축되거나 액체 내부 입자들이 부착되면서 ‘흡착’이 일어나는 것이죠. 게코도마뱀의 경우 센티미터 제곱 면적당 약 1㎏의 무게가 매달릴 수 있는 접착력을 자랑합니다.
▶ 발이 끈적거리는 곤충 VS 발이 건조한 도마뱀 = 개미, 거미, 그 밖의 곤충들도 도마뱀과 같이 벽면과 천장에 붙어 다닙니다. 그런데 개미와 같은 곤충은 도마뱀과 달리 끈적거리는 점성이 나오는 발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끈적한 발을 가진 곤충과 건조한 발을 가진 도마뱀 간 접착력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부터 말하면 ‘노(No)’입니다.
개미의 발에 있는 액체의 점성 [자료=Walter Federle] |
점성을 가진 액체가 모세관이나 점성력과 같은 힘이 있기 때문에 표면에 달라붙어 다니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텐데요. 지난달 10일 케임브리지대 월터 페더레 박사 연구팀은 발이 끈적거리는 곤충과 발이 건조한 도마뱀 모두 부드러운 고무가 벽면에 눌러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접촉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새로운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한 마디로 끈적거리는 발과 건조한 발의 점착 특성을 서로 비교하는 실험 결과 접착력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죠.
▶ 끈적한 점성은 뭘 위한 걸까? = 연구진은 끈적거리는 점성이 벽면에서 흡착이 아닌, 발을 떼어내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측 결과 발바닥에 패드가 있는데 이 패드에 있는 점성이 하나의 층(layer)이 돼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곤충들이 표면에 부착한 발을 떼어낼 때 그다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저널 ‘연성물질(Soft Matter)’에 ‘젖은’ 생물학적 접착 의존성 및 곤충의 패드 분비 기능(논문명: Rate-dependence of ‘wet’ biological adhesives and the function of the pad secretion in insect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