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가계와 정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부채 축소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의미하는 이른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가계와 정부가 부채를 늘리면서 경제를 지탱했으나 이제 그것이 한계상황에 직면, 이제 부채 증가를 억제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어 그 파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경제는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대내적으로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를 통해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며 이는 가계와 정부의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
부채를 늘리면서 이를 지렛대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이른바 레버리징(leveraging)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한 지난해 중반 이후 가계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3년 3.4%에서 지난해 10.2%로 급등했고, 올 1분기에도 11.3% 증가율을 보이는 등 브레이크가 풀린 상태다.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 절대규모도 문제지만, 3% 전후의 성장률을 3배 이상 웃도는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위축되자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재정지출을 늘렸다. 그 결과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로 나타났다. 재정적자는 2010~2012년 10조원대에서 2013년 이후엔 20조원대로 늘어났고,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해 40조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최근 3년 사이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 역시 빠른 증가 속도가 문제다.
정부는 가계부채와 재정적자가 당장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가계부채의 경우 대출연체율이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볼 때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력이 충분하고, 재정적자나 국가채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국제기준에 비해 아직 양호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최근 2~3년 동안 전개된 ‘레버리징’ 국면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은 ‘디레버리징’ 국면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위험수위에 접근한 가계대출을 축소하되 디레버리징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구조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한국경제의 디레버리징 전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은 차입금 의존도를 줄이는 등 이미 부채 관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늘어난 가계와 정부의 부채를 ‘소프트 랜딩’시키는 것이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추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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