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첨단기술 차별화…제네시스 안정·통일감 눈길
자동차의 ‘얼굴’을 라디에이터그릴(전면 공기통풍구)이 결정한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가 집결된 ‘센터페시아’에서 완성된다. 차 안에서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공간이면서 운전자가 주행에 방해 받지 않고 제어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잘생긴’ 외모에 반했다가 ‘속내’에 실망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아 완성차 업계는 센터페시아에 디자인 정체성과 첨단 기술을 녹여내 완성도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국가별 특성도 드러난다. 한국의 경우 안정감과 통일감을, 독일차는 선구성과 지속성을, 미국차는 간결성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또 일본차의 경우 장인정신을 살린 정교함이 돋보인다.
현대차 제네시스 내부 |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센터페시아는 안정감 있는 수평형 레이아웃과 통일감을 강조한 버튼 배치가 눈에 띈다. 각 기능별로 상단부는 디스플레이 모니터, 가운데는 공조 버튼, 하단부는 멀티미디어 버튼으로 각각 구분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나아가 신형 제네시스는 입체감 있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아날로그 시계를 센터페시아의 정중앙에 배치해 인테리어의 품격을 높였다.
독일 고급차 BMW의 센터페시아에서는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바로 진정성과, 선구성, 지속성이다.
브랜드 최초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슈퍼카 ‘i8‘에는 미래차의 선구성이 집약돼 있다. 센터페시아를 운전자 쪽으로 기울여 조작 편의성을 높였고, 레이어링(겹치기) 방식이 변속기 레버에서 주행모드 변환 버튼까지 이어져 역동적인 곡선을 이루고 있다.
BMW 산하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단순함의 힘’이 돋보인다. 천연 나무결이 살아 있는 보드에 최소한의 버튼만을 배치했다.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드리안 반 호오동크 BMW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은 “사람들이 프리미엄 자동차를 사는 이유는 자동차 외관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차가 오래되어도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8년~10년 동안은 차 시장에서 계속해서 인기를 끌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국민차’인 폴크스바겐 디자인 수장인 발터 드 실바도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지속성”이라고 말했다. 골프는 출시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기존 디자인 DNA를 계승하면서 변화를 최소화한 것이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꼽힌다.
미국차는 실용성이 강조됐다. 쉐보레 말리부는 센터페시아 내부 공간을 활용한 ‘시크릿 큐브’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감춰진 공간이 열리면서 USB포트와 작은 파우치 등을 보관할 수 있다.
한국 출신 강수영 수석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참여해 화제가 된 포드의 링컨 MKZ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하단부를 뚫어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또 다섯개의 버튼 만으로 자동차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식 변속 시스템’을 채택해 간결함을 내세웠다.
도요타코리아 관계자는 “센터페시아를 아우르는 가죽도 장인이 직접 재단하고 핸드 메이드 스티치를 넣어 촉감과 마감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며 “모든 부분에 공예품과 같은 높은 품질을 추구해 탑승자가 최고의 ’일본식 환대‘를 느낄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