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 마트서 판매 1위 자리 내줘
녹아내릴 듯한 뜨거운 태양,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차가운’ 먹거리다. 냉면과 팥빙수 등 이를 시리게 하는 식품들은 여름시즌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별미.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모디슈머(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그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불닭볶음면’, ‘비빔면’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올 여름 먹거리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생각만으로도 땀이 쏟아질 것 같은 매운 맛에 중독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이열치열(以熱治熱)’형 상품을 내놓으며 여름 먹거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좇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세븐일레븐의 ‘화끈불닭버거’와 GS25의 ‘불닭비빔밥’‘ 화끈치즈불닭볶음밥’. |
‘매운 맛’의 인기는 오랜 기간 컵용기면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농심 육개장 사발면의 독주도 막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9일까지 컵라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삼양 불닭볶음면(11.1%)이 육개장사발면(7.4%)을 누르고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각김밥에서도 매운 고추장이 들어간 ‘전주비빔 삼각김밥’이 매출 1위다.
불닭볶음면이 매운맛의 ‘기준점’이 되면서, 편의점업계는 다가오는 여름 시즌을 맞아 매운맛을 강조한 상품을 출시, 소비자들의 입맛 잡기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여름에 매운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자극적인 맛을 찾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매운 맛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매운 불닭소스로 만들어낸 ‘화끈불닭버거’를 출시, 매운 맛 열풍에 동참했다. 버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식품군에도 매운 맛을 강조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주태정 푸드팀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중독성 강한 매운 맛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주먹밥, 반찬 등 매운 맛 푸드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GS25 역시 하절기 시즌 상품으로 12일 불닭비빔밥과 화끈치즈불닭볶음밥 등 매운 맛을 더한 도시락과 삼각김밥 제품을 내놨다. 해당 상품들에 첨가된 양념은 매운 청양고추를 씹었을 때 느끼는 매운 맛인 4000~5000SHU(스코빌지수)로 현재까지 도시락과 삼각김밥 중 가장 매운 상품이라는 것이 GS25 측의 설명이다.
변화되고 있는 소비자의 입맛은 여름철 대표 식품인 ‘냉면’ 판매량에도 제동을 걸었다.
최근 롯데마트가 차갑게 먹는 면 매출군을 분석한 결과 비빔면의 매출이 절반 이상(52.3%)을 차지, 차갑게 먹는 면 중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냉면’을 따돌렸다.
롯데마트 박진호 인스턴트 MD는 “올해 차갑게 먹는 면 중 비빔면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냉면 1위가 냉면이 아닌 흥미로운 결과다“며 “제조업체에서도 새로운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는 만큼 비빔면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