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과 전날 강행처리에 따른 당내 후폭풍 등으로 민주당이 내우외환에 직면한 벼랑 끝 상황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마무리발언을 통해 “하루이틀 보이콧한다는 계산을 한다면 착오”라며 “많은 의원들이 국회 정상화를 바라겠지만 비상한 시기이니만큼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고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 “국민께 송구한 줄 알면서도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의회주의자를 자임해온 김 대표가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비난을 각오하면서까지 ‘출구없는 투쟁’을 선언한 것은 일차적으로 엄중한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일사불란한 대오를 유지함으로써 대여 압박효과를 높이려는 ‘내부 단속용’ 차원과도무관치 않아 보인다.
임명안 강행처리 후 당내 여진을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적전분열로 치달으면서 대여투쟁의 동력만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일원인 신경민 최고위원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원내 지도부를 겨냥하는가 하면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경태 우원식 최고위원이 또한차례 설전을 벌이는 등 ‘집안싸움’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날 의총 비공개 부분에서도 원내 지도부 비판론이 계속 고개를 드는 등 향후 대여 전략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한정애 의원 등은 보이콧에 따른 여론악화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고,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지리멸렬, 오합지졸의 위기상황으로, 제대로 된 전술이 없다”며 “의원이 된 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전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참담함, 미안함, 죄송함 등으로 한숨도 못 잤다”며 ‘멘붕’(멘탈붕괴)란 말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김 대표가 “직을 걸겠다”는 말로 총대를 메며 상황을 정리하는 것으로 의총은 마무리됐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단일대오로 뭉쳐 지도부에게 힘을 모아주고 구체적 대응방법도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한 강창희 국회의장을 정조준, 내달 2일 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섰다. 앞서 의총에서는 강 의장의 사회권 거부와 헌재 위헌소송 제기, 침묵 시위 등 다양한 의견도 제기됐으며, 전 원내대표는 오후 강 의장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내달 2일 정책의총을 여는 것을 비롯, 정책위 및 상임위별 활동을 자체 가동하며 민생문제에 대한 자체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의사일정 전면거부로 인해 민생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행보이다.
그러나 김 대표로선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 고민이다. ‘양특’(특검·특위) 요구 관철 의지도 불태우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특검에 대해 현재로선 요지부동인 탓이다. 여야간 물밑대화 채널도 일단 끊긴 가운데 보이콧 장기화에 따른 여론의 부담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또한걸음 나아간다는 뜻)의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대통령선거 개입에 대란 특검 추진 공청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김한길 대표. 박현구 기자ph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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