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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된장은 살아 숨쉬는 약…와인처럼 2010년산 · 2011년산 된장 빈티지 방식도입”
대기업 그만두고 醬에 빠진 정연태 죽장연 대표
“서울서 대기업을 다니던 제가 경북 포항의 오지 중에서도 가장 오지에서 된장사업을 하게 됐다니까 주위 사람들이 처음엔 모두 의아해하더군요. 저도 제가 이런 산골짜기에서 ‘장(醬)사업’을 하리라곤 꿈도 못 꿨죠. 그런데 이제 4년차에 접어드는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축복이라 느껴집니다. 물 맑고, 공기 맑은 곳을 수시로 오가다보니 건강도 좋아졌고요. 무엇보다 우리 선조의 혼과 정신이 담긴 훌륭한 문화유산인 장을 제대로 만들어, 그 이로움을 널리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합니다.”

하얀 방진복에, 방진모까지 쓰고 죽장면 상사리의 죽장연 장원에서 포즈를 취한 정연태(48·사진) 영일인터내셔널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미국 남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정 사장은 오리온그룹의 (주)롸이즈온 마케팅 총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는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부친 때문에 뜻하지 않게 장류업체 사장이 됐다.

포스코 포항사업장의 운송을 전담해온 부친은 포항의 최고 오지인 죽장면 상사리와 1999년 자매결연을 맺고, 농기계를 무상수리해주며 돈독한 관계를 가져왔다. 매년 장도 함께 담가 나눠 먹었는데 그 게 인연이 돼 지난 2009년 ‘죽장연’이라는 명품 빈티지 장류회사가 만들어졌다.

부친이 만든 장류회사를 맡은 정 사장은 ‘된장은 공부하면 할수록 오묘하다’며 발효측면에서 볼 때 인류 역사상 뛰어난 ‘살아 숨쉬는 약’이라고 했다. 그는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만들지만 산업화, 표준화도 추구하고 있다. 또 와인처럼 빈티지 방식도 도입해 2010년산, 2011년산 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죽장연의 장류는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스타(★)등급을 받은 뉴욕 맨하튼의 한식당 ‘단지’에도 공급되고 있다. 단지 메뉴판에는 ‘죽장연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라고 표기돼 있다.
 

“단지의 셰프인 후니 킴(김훈)과는 일면식도 없었어요. 무턱대고 ‘우리가 만든 장을 한번 맛봐달라’며 e-메일과 함께 장을 보냈죠. 품질만큼은 자신이 있어서였죠. 죽장연 장을 맛본 후니 킴이 크게 만족하며 상사리까지 직접 찾아왔고,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습니다. 머잖아 후니 킴이 만든 다양한 죽장연 특별소스도 나올 겁니다.”

정 사장은 죽장연 장을 미국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시장’과 일본 내 한식당 ‘도쿄사이카보’에는 죽장연의 장류가 납품되고 있다. 그는 제대로 만든 명품된장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고 있어 미래는 밝다며 해외시장도 더욱 폭넓게 공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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