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수도권에 이어 지방도 불안하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는 지방의 비은행권 주택대출은 부채의 질(質)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방의 집값 오름세는 주춤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 문제가 지방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수도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 주택대출 고공비행=지방의 주택가격이 2010년부터 상승하자 주택대출도 덩달아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예금취급기관의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주택대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조1000억원 늘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선 같은 기간 14조5000억원 급증했다.
수도권의 집값 하락으로 주택대출 증가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지방에선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특히 비은행권이 지방의 주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년 사이 10.1%포인트 급등했다.
한은은 “지방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지방 주택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지방 대출 증가규모가 수도권을 상회하기 시작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지방에 영업점이 많고 대출규제가 느슨한 비은행권의 주택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비은행권은 은행보다 대출문턱이 낮지만 금리는 높다. 지방의 주택대출은 수도권에 비해 속도는 빠르고 질은 나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의 대출은 상호금융 등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값 오름세 주춤=그동안 부산ㆍ경남과 충청 등 지역이 지방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조정양상을 보이면서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부산의 7월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를 기록하면서 상승폭을 제한시켰다. 그동안 가격이 급등했던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전월 대비 -0.4%, -0.3%를 기록했다.
경남의 경우 0.1%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지속했고, 대전은 전월보다 0.3% 떨어졌다.
한은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가계의 유동성 대응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면서 “대출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상승하고 소비심리가 약화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은은 향후 지방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신규 주택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지방의 집단대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택분양가격이 주변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비우량 시공사 비중도 높아 향후 주택가격 오름세가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집단대출 연체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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