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출신으로 전남대와 홍익대 대학원(서양화과)을 마친 뒤 전남 담양에서 20여년째 작업해온 송필용 화백이 매화 그림을 들고 서울나들이를 했다. 송 작가는 ’달빛 매화’라는 타이틀로 2월 29일부터 3월 7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조선시대 실학의 화두로, 옛 법을 토대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법고창신’은 현대미술가인 송필용에게도 키워드다. 그는 조선말 민중화가들이 남긴 풋풋한 민화를 패러디하거나 가사문학의 현장풍경, 불탑, 금강산 풍경 등에서 그같은 실험을 반복해왔다.
작가는 또 담양 일대 소쇄원, 면앙정 송강정 등을 즐겨 탐승하며 매화그림도 그렸다. 담양의 매화는 수령이 200~400년은 족히 되는 고매(古梅)로, 굵은 나뭇가지와 흐드러진 꽃잎, 청매의 고결한 향기가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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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담양에 둥지를 트며 이런저런 회화실험을 하다 보니 독특한 형상의 고매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가지가 이리저리 뒤틀린 고매는 그 느낌이 각별했다"며 "새로운 앵글로 ’매화를 닮은 삶’을 표현하고 싶었고, 맑고 곧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살이 에이는 듯한 겨울추위를 이겨내고 맺힌 매화의 꽃봉오리가 달빛과 어우러지면 황홀하리만치 아름답다"고 했다. 강렬한 원색의 바탕색 위에 매화 나뭇가지를 굵고 역동적으로 표현하되, 꽃은 최대한 작고 부드럽게 표현해 대조를 이루게 한 것도 그 느낌을 전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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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작가의 기본정신은 지극히 전통적이고 동양의 인문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서양화 기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단 힘과 탄력이 넘치는 붓질은 수묵화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혹독한 한파와 눈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매화는 투박하고 거친 송필용의 붓 터치로 인해 더욱 생생하다.
미술평론가 이태호 씨(명지대 교수)는 "물 흐르듯 이어지는 송필용의 붓질은 가히 ’수류필법(水流筆法)’이라 할만 하다"며 "단색조나 빈 배경의 화면구성은 법고(法古)의 방식을 배운 결과로, 옛 매화그림에 대한 공부가 그의 회화세계를 한 단계 높여놓았다"고 평했다. 또 "옛 문인들이 추구한 매화의 정신성과 서양화법이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우러졌다"고 덧붙였다
전시에는 타는 듯 붉은 바탕에 흐드러지게 핀 고매, 울트라마린빛 청색 화폭을 배경으로 하얗게 핀 달빛 매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청명한 듯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달빛을 받아 전체적으론 따뜻함이 감도는 송필용의 ‘현대판 월매도’는 또다른 미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얼마 전부터 광주에 머물며 작업한다. 02)730-7818. 사진제공 이화익갤러리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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