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날 시상식에서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에 많은 상이 몰린 것은 특이했다고 볼 수 있다. 남녀 주인공인 김석훈과 김현주가 연속극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이유리가 우수상을, 길용우가 황금연기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배유미 작가는 미니시리즈 부문의 홍정은, 홍미란 작가(최고의 사랑)와 함께 연속극 부문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반면 지난해 MBC 드라마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극찬을 받았던 명품드라마 ‘로열패밀리’는 연기대상을 줘도 될 정도의 도도하고 냉정한 카리스마 연기를 펼쳤던 김영애가 특별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염정아, 지성 등 한 명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반짝반짝 빛나는’은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지난해 7~9월 지상파에서 방송된 드라마 28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막장드라마 1위에 올랐던 드라마다. ▲선정성 ▲폭력성 ▲비윤리성 ▲비현실성 ▲현실 왜곡 등을 막장요소로 설정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은 총 방송시간 720분 중 막장요소 노출시간이 173분으로 전체의 24.1%에 해당됐다는 자료가 제시됐다.
물론 기자도 막장요소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과 함께 극중 설정이나 소재가 막장적이어도 이를 풀어가는 방식(주제와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휴먼드라마, 의식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YMCA의 판단방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반짝반빡~’은 중간에 막장끼가 있기는 했지만 막장드라마라고 단정짓지는 않는다. 다른 드라마들도 몇몇 팩트만으로 막장드라마라는 낙인을 찍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오랫동안 미디어에 대한 모니터링과 비평, 대안 제시를 해온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여기서 막장드라마 1위에 오른 드라마의 배우들에게 상을 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본을 쓴 작가에게 방송사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주었다는 건 이 단체의 의사를 100% 무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MBC도 YMCA의 막장 드라마 판단 기준에 맞서 ‘반짝반짝~’이 막장이 아니라는 근거 제시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더구나 YMCA는 적극적인 막장드라마 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에 “광고주의 광고 및 협찬 없이는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막장드라마 개선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고 광고주협회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막장드라마는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등장한다. 막장요소를 가뜩 집어놓으면 시청률이 올라가기도 했다. 시청률은 방송국의 수익구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광고와 연관돼 있다. 하지만 광고주가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불건전한 내용의 드라마라면 시청률을 올려준다 해도 광고를 주지 않으면 막장드라마 제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
2006년작 ‘하늘이시여’, 2008년 ‘아내의 유혹’, 2008년 ‘너는 내 운명’ 등 소위 막장드라마 전성기로 불렸던 수년 전 드라마에 비해 ‘웃어라 동해야’ 등 최근 드라마들은 막장적 성격이 약해졌다. 그에 비하면 지난해 드라마들은 ‘착한 드라마’다. 지난해 막장적 드라마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신기생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스스로 막장드라마를 몰아낸 면도 있다. 임성한, 문영남 작가의 힘이 예전 같지가 않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80~90년대 드라마 작법을 근간으로 하면 막장 드라마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만든 ‘시크릿가든’, 글자와 권력과의 관계를 파헤친 ‘뿌리 깊은 나무’, 재벌가의 수성과 경영권 세습 등 인간의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과 싸움, 그리고 구원을 통해 인간적 가치들을 생각하게 한 ‘로열패밀리’ 등새로운 내용과 장르 드라마가 출연하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 ‘반짝반짝~’은 신선하지 않은 한국 드라마의 스타일 정도였다고 말할 수 있지, 막장드라마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MBC가 시민단체가 막장드라마라고 규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또 명품드라마 ‘로열패밀리’를 홀대하면서까지 ‘반짝반짝 빛나는’에 상을 몰아준 데에는 의도성이 엿보인다. 올해 MBC는 공감과 재미를 아울러준 ‘최고의 사랑’이 있지만 드라마로 이슈를 주도하지는 못했다. 뭐니해도 올해 드라마의 주도권은 SBS가 가져가버렸다.
그런 가운데 ‘반짝반짝 빛나는’은 중반 이후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해왔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인 25.3%를 기록하며 난공불략의 KBS 주말극과 팽팽히 맞섰다는 점이 평가된 것이다. 지난 7년간 부진의 늪에서 허적이던 MBC 주말극을 살려냈다는 점에 대해 ‘너무 세게’ 보답한 시상식이었다.
<서병기 기자 @ludens12>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