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에 2만원대 훌쩍
작년대비 배이상 올라
고추작황따라 가격 천양지차
영세농가 위주 안정성 약해
생산자 위주 산지유통 강화
가락시장 거래능력 키워야
천정부지로 오른 고추가격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김장이 전쟁이 되고 있다.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그냥 ‘백김치를 담가 먹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수입 확대’ 카드만으로는 고추가격을 잡기에 역부족인 모습이다.
▶금값 고추에 김장포기 속출=서울 철산동에 사는 신모(55) 씨는 얼마전 어머니와 함께 김장용 고추를 사러 경북 상주에 갔다가 빈손으로 올라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1근(600g)에 9000원대였던 고추가 2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몇십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건고추(화건) 1㎏ 상품 가격은 2만4330원이었다. 올해산 고추가 거래되기 시작한 지난 9월 1일의 2만7660원에 비하면 3000원 가까이 하락했지만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하면 배 이상 비싼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고추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김장을 포기하는 집도 늘고 있다.
포장김치 제조업체인 종가집이 주부 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5%가 올해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41%)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 김장을 포기하게 만든 주범으로 83.3%가 고추를 꼽았다.
▶수입 확대로는 역부족=올해 고추가격이 유독 비싼 것은 기본적으로 생산량이 줄어서다.
농업관측센터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올해산 고추 생산량은 8만5000t으로 평년의 11만9000t에 30% 가까이 모자란다. 지난해 생산량도 9만5000t으로 평년에 못 미쳤던 상황이라 재고도 많지 않다.
정부가 수입을 통해 10월까지 주당 400t, 중국산 햇고추가 수입되는 11월 이후에는 주당 700t 규모로 공급을 늘리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가족이 반 년 이상 먹어야 하는 김장김치에 수입 재료를 쓰지 않겠다는 소비자의 생각이 강해서다. 대부분의 고추가 소비자의 불신이 강한 중국에서 수입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는 십수종의 고춧가루를 취급하고 있지만 수입은 단 2종만 팔고 있다. 혹시 수입을 찾을지 모를 고객을 위한 배려지만, 수입 고추를 사가는 고객은 거의 없다.
▶왜곡된 유통과정 고쳐야=고추가격이 비싼 데는 유통과정도 한몫하고 있다. 건고추는 작황에 따라 농가가 벌어들이는 가격 변동이 심해 안정적인 생산이 어렵고, 영세농가 중심이라 기계화도 어렵다. 그래서 생산자단체의 힘이 약하고, 산지 유통인이 취급하는 비율이 높다. 그렇다 보니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소요돼 가격이 왜곡될 여지가 많다.
주산지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농협이 산지 공판장을 운영해 상장경매를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서울ㆍ경기 등 주요 소비지와 거리가 멀어 효과가 떨어진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농협 등의 생산자단체를 산지유통의 주체로 육성하고, 수도권 최대 농산물 물류센터인 가락동도매시장의 고추거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농촌경제연구소 김연중ㆍ최병옥 연구위원은 ‘고추ㆍ마늘 거래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가락시장에서의 건고추 상장경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건고추 취급 설비를 확충하고, 중도매인이 소비지 유통업체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취급 규모의 확대, 가공시설의 확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승완ㆍ도현정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