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 금융위기에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아직 신흥국 금융위기로까지 번진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주 20% 정도 가치가 떨어(환율 상승)졌다. 13일에도 리라 환율은 9%나 올랐다. 사상 최고치다. 올들어 리라화 가치는 40% 이상 하락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인도네시아는 루피화를 지키기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섰고 아르헨티나도 기준금리를 5% 인상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시장도 모두 영향권에 들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98%, 홍콩 항셍지수는 1.52%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 떨어진 2248.45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4일 이후 1년 3개월만에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3.72% 급락한 755.65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터키의 금융불안에 세계가 반응하는 것은 올들어 가시화하고 있는 신흥국 금융위기의 촉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가까이 철권통치하며 미국과 날선 대립을 하며 경제불안이 이어져왔다. 유럽의 금융시장으로 번질 경우 더 큰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터키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미국의 무역압박과 제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점점 강해지는 상황이다. 터키의 금융위기는 일시적 불안 요인이 아닌, 상시적 위협이란 얘기다. 국제금융센터가 “터키 정부의 위기 타개 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여 단시일 내 금융 불안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신흥국발 금융위기는 이제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고, 한번 터지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외부 금융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파급을 차단하는 철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터키 위기의 신흥국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우리 금융권이 해외에 빌려준 돈 중 터키와 관련된 것은 0.5%에 불과하니 당연한 분석이다.
하지만 그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할 경우 필요하다면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환율변동성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터키의 위기가 유럽 은행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 안전자산인 달러를 사모은다는 얘기다. 결국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 가치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원화 환율이 13일 달러당 5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위기에대한 대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