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으로 엔화·파운드·위안·유로보다 절하율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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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이 8%에 이르면서 주요 9개 통화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외환 당국의 수급 안정책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린 가운데 미국 물가 둔화 기대감이라는 거대 변수가 등장한 결과로 분석된다.
1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변동 폭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6일(64.8원 급등)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변동 폭이었던 데다 10월 말 종가인 1,424.3원과 비교하면 단 8거래일 만에 105.9원이나 내렸다.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 개념으로 환산하면 11월 중 원화 가치는 8.0% 절상됐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는 2.8% 하락했다.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 절상률이 달러 가치 하락률보다 2.8배 더 컸던 것이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와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기준 지표다.
11월 중에는 달러 가치가 하락했으므로 달러 대비 9개 주요 통화 가치는 모두 절상됐다. 엔화의 절상률이 4.4%, 스위스 프랑이 3.4%, 호주 달러가 3.3%, 유로·위안화가 각각 2.8%, 캐나다 달러가 2.3%, 인도 루피가 2.0%, 영국 파운드가 1.0%에 달했다. 원화의 절상률(8.0%)이 2위인 엔화의 배에 가까운 수준일 만큼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올해 전체로 보면 달러 대비 원화의 절하율은 9.8%로 달러 인덱스 상승률인 12.7%보다 작다. 글로벌 강달러 상황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좋았다는 의미가 된다.
원화 절하율은 엔화(18.7%), 파운드(13.5%), 위안(10.5%), 유로(10.1%)보다 양호하지만 캐나다 달러(5.1%), 스위스 프랑(5.4%), 인도 루피(7.9%), 호주 달러(8.7%)보다는 심했다.
외환시장에선 미국의 물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등 변수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최근 휘발성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10일까지 원화 강세 배경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로 보는 견해가 많다. 9월29일부터 11월8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5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순매수 자금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급증시키는 원인이 됐다.
외환 당국의 수급 안정책이 효과를 낸 부분도 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80억 달러 상당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조치도 달러 공급을 늘렸다.
11일에는 미국 물가라는 대형 변수가 가세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올라 2월(7.9%) 이후 8개월 만에 7%대로 복귀한 점이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부른 것이다.
다만 11월 중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원화 절상 속도는 심리적인 쏠림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중 달러에 대한 추종 매수 심리가 강했다면 이번엔 달러 매도에 대한 추종 심리가 불붙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9월 중 원화가 여타 통화 대비 과도하게 절하된 부분이 10월에는 안정세로, 11월에는 상당한 속도의 절상으로 표현되는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아직 원화 절상을 기조적인 기류로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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