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지원 정책 한계 부딪혀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
소비 침체도 전망되며 혹한기 진입
자영업자들 직접대출 요구 확산
서울 남대문 시장 입구 모습. 김광우 기자.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 “낮은 금리의 사업자대출이 이미 불가능한 상황에 부딪혀, 카드론을 받아 식자재비를 충당했다. 주변에는 대출이 막혀 개인 사채에까지 손대는 경우도 허다하다”(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28))
# “코로나19 시기에 이미 사업자대출이 한계에 부딪혀 신용대출이나 대부업 대출을 받아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금리 부담이 큰 대출에 대해서는 대환해주지 않는다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 (서울 은평구에서 소매업을 운영하는 A씨)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겨우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이번엔 고금리·고물가의 벽에 부딪혔다. 방역지침 완화로 거리에 나오던 소비자들이 금리인상과 물가 상승에 빠르게 지갑을 닫으면서, 또 다시 ‘손해보는 장사’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책을 연달아 내고 있지만, 현장에선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실제 자영업자의 ‘빚으로 버티기’는 각종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지급한 지원금 및 보상금은 6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집계한 9월 말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43조1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약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체감 불황을 막기엔 60조원이 부족한 셈이다.
은행이나 금융기관서도 대출 한도가 막힌 이들은 개인대출로 영업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대환대출 정책(개인대출, 대부업대출 제외)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연합] |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 따르면 2022년 6월 말 자영업자 사업자대출 잔액(648조원)은 2019년 말(448조원) 대비 약 44% 상승한 반면, 자영업자 가계대출(345조원)은 2019년 말(236조원)에 비해 46% 올라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마저도 한도가 차면,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까지 손을 뻗는다. 실제 올 상반기 불어난 카드론 증가액은 지난해 전체 증가폭을 상회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카드사(현대·삼성·국민·신한)의 올해 6월 말 카드론 잔액은 2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1조4645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카드론 잔액 증가폭(1조918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문제는 방역지침 완화로 살아날 줄 알았던 소비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비 침체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문모(35) 씨는 “이번달 금리 인상 이후에는 코로나19가 한창 심할 때만큼 매출이 떨어졌다”며 “나부터도 이자 낼 돈 아끼느라 외식을 줄이는데, 남들은 오죽하겠나”고 말했다.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자기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하소연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거리. 김광우 기자.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10월 소상공인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은 91.3(100이하면 악화)로 지난 5월 거리두기 해제 당시 잠시 완화 기조에 들어섰다 다시 악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의 10월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88.8로, 전월 대비 2.6포인트 하락해 소비 침체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한은은 “향후 고물가 지속, 고용 둔화 등으로 인한 실질구매력증가세 약화와 자산가격 하락이 민간소비의 전반적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영업자들은 금융당국에 추가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저금리 대환대출의 범위를 기존의 사업자대출에서 개인대출로 늘리고, 소상공인진흥시장공단 차원의 ‘직접대출’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광고.[연합] |
이들이 요구하는 직접대출은 연체 기록 등만 없으면 자영업자 누구나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게끔 하는 포괄적 대출 지원을 의미한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하고, 관계당국에 조직적 항의를 추진하는 등 직접대출 요구 움직임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소비도 한계에 부딪혀 자금난이 극심한 상황, 추가 대출 정책이 없으면 자금 조달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인대출도 저금리 대환정책에 포함시키는 것을 비롯한 금융지원을 계속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개인대출이 자영업자 금융지원책에 포함되면 대출 목적성이 불분명해 모럴해저드 논란도 일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 지원의 가장 큰 문제는 상황이 장기화 됐을 때의 부실 우려”라면서도 “시기가 어려운만큼 최소한 생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야 하겠지만, 향후 부실 관리는 더욱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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