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식물국회’ ‘동물국회’란 조롱 속에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고 막을 내렸다. 20대 국회하면 떠오르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과 패스트트랙 육탄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극렬한 대치 정도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거꾸로 광장에 몰려다니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마저 나타났다. ‘밥값’은 고사하고 국민에 잔뜩 짐만 안겨준 느낌이다.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133개 법안을 벼락치기로 통과시켰는데도 20대 국회는 4년간 법안 처리율이 37%대로 역대 최저라는 오명을 안고 마감했다. 4년 내내 예산안도 법정시한을 넘기고 나서야 처리됐다. 역대 최악이란 평가가 그리 틀린 말도 아닌 셈이다.
재계도 4년 내내 20대 국회를 답답한 마음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작년 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재계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를 10번 넘게 찾았던 박 회장의 발언은 20대 국회를 보는 재계의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계가 코로나 극복 법안이라고 처리를 촉구한 법안을 마지막 날까지 외면했다는 점이다. 상의는 지난 11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중요하고 긴급한 9개 분야 11개 법안을 ‘20대 마지막 국회에 바라는 경제입법 과제’로 선정, 여야 원내대표와 해당 상임위에 전달했다.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법인세법 등이 포함돼 있다.
위기는 시시각각 들이닥치고 있는 데 국회가 허송세월만 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상의가 재계를 대표해 입법 촉구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유종의 미’는 끝내 없었다. 상의가 국회에 처리를 요청했던 법안 중 전자서명법 개정안 1건만이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고 나머지는 무산됐다.
역대 최악 20대 국회를 뒤로 하고 30일부터 21대 국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주요 경제현안 입법은 21대로 넘어가게 된다. 합리적이라면 재계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하려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21대 국회만큼은 달라졌다는 말이 재계에서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