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도로환경을 반영한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분석하고 있다. [제공=현대모비스] |
- IT 박람회로 몰리는 車업체…독일3사는 내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불참
- 현대차는 IT 파트너십 강화, 현대모비스는 IT 기업으로의 ‘변신’ 예고
- 키 없는 車, 주소지 없는 장소 안내하는 기술 등 신기술 ‘눈길’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의 오너인 직장인 A 씨는 업무 중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Mercedes me connect)를 통해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다름이 아니라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의 앞 범퍼에 무언가 충격이 가해졌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즉각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량의 외관을 살펴본 후 블랙박스를 통해 ‘뺑소니범’을 잡을 수 있었다.
이상은 오는 4분기 출시를 앞둔 벤츠의 C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적용된 ‘차량 도난 알림 및 주차 중 사고 알림 기능’ 작동 과정을 그린 예시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신형 C클래스부터 차주는 주차된 차체에 손상을 입거나 차가 견인될 때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통해 자동 푸시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시동을 거는 즉시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에 어떤 손상이 발생했는지 상황을 알 수 있다는 게 벤츠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가속화 되며 자동차 업계에 IT 바람이 불고 있다. 완성차업체들도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로 그 동안 보지 못한 자동차 관련 IT 신기술을 잇따라 선보이는가 하면, 관련 업체들과의 합종연횡도 적극 도모하고 있다.
▶모터쇼 대신 IT박람회 택하는 車…IT 기업 탈바꿈 ‘선언’도= 미래 자동차가 단순 이동 수단에서 진일보한 ‘움직이는 초대형 컴퓨터’가 될 것이라 전망되며 업계에서도 여러가지 변화의 조짐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모터쇼의 축소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모터쇼에 불참하겠단 뜻을 밝혔다. 모터쇼 참가 대신 그 기간 중 고객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람보르기니ㆍ포드ㆍ오펠ㆍ닛산ㆍ인피니티ㆍ마쓰다ㆍ볼보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벤츠ㆍBMWㆍ아우디 등 독일 3사는 내년부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국제 모터쇼의 자리는 이제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가 대신하고 있다. 미래차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모터쇼 보다는 IT 관련 전시회가 더 적합하다 본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열린 2018 CES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가 참가했고, 전시 면적도 1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IT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에서 중국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 ‘딥글린트(DeepGlint)’와 기술협력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고,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가 2015년부터 추진 중인 자율차 관련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공동으로 참여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는 소프트웨어 중심 IT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시대를 견인할 ‘소프트웨어’ 전문 교육제도 신설, 설계인력 확충, 글로벌 거점(인도연구소ㆍ베트남 분소) 업무 확대 등을 추진키로 했다.
▶키없는 車, 불특정 세 단어로 이동하는 車 등 신기술 ‘눈길’= IT 기술의 적용은 ‘운전의 상식’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연계 컨소시엄(Car Connectivity ConsortiumㆍCCC)’이 전 세계 70여개 IT 기업과 자동차업체 회원사들과의 합의에 따라 디지털 차량 열쇠 기능을 제공하는 최초의 ‘디지털 키 1.0’ 표준에 합의하며 규격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시계 등 스마트기기에 디지털 키를 다운로드해 이를 지원하는 회원사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차문을 여닫고 시동까지 걸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가상키로 타인과 차 열쇠를 공유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벤츠의 차세대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에 채택된 왓쓰리워즈 화면 |
벤츠는 차세대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에 왓쓰리워즈(What 3 words)라는 앱 회사가 제작한 ‘격자형 주소 기능’을 채택했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이 정확한 주소가 없는 위치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 길 안내를 했다면, 해당 앱은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장소를 포함한 그 주변을 임의의 선으로 분할해 사각형 공간마다 3개의 불특정 단어를 나열한다.
예컨대 서울 올림픽공원 ‘외톨이나무’가 서있는 공간에 대해 앱이 ‘트래쉬(trash), 트레일링(trailing), 드레싱(dressing)’이라는 일종의 ‘주소’를 부여해주면, 연동된 내비게이션이 주소 없는 해당 장소로 길안내를 해주는 식이다. 이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