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 운영에 돌입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12월 19일 당선된 후 당선인 신분으로 인수위를 운영, 2013년 2월 25일 취임했다. 이번 대선에선 10일부터 곧바로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국회는 지난 4월 인수위 공백 사태를 우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인수위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단, 각 정당은 현행법에 ‘위원회는 대통령 임기 시작일 이후 30일의 범위에서 존속한다’는 규정을 광의로 해석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일각에선 인수위가 설치된 이후 기간 연장 여부를 다룬 이 조항을 현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위법이란 반론도 있다.
위법 논란에 따라 이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인수위를 구성하는 ‘우회 방안’도 있다. 대통령령으로 자문기관을 둘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차기정부 조직과 예산, 정책 로드맵 등을 진행할 ‘자문기관 격’ 인수위를 둘 수 있다. 즉, 어떤 식으로든 기존 인수위의 정책 분야 작업은 차기정부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내각 구성이다. 대통령은 즉시 취임하지만 국무총리나 장관 등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기 전까진 박근혜 정부 인사와 애매한 동거를 유지하거나 혹은 국정 공백을 감수해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은 10일 일괄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황 국무총리의 사표 수리 여부도 선택해야 한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수 없다. 황 국무총리가 물러나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마칠 때까진 장관도 임명할 수 없다. 결국, 차기정부가 장관을 임명하려면 국회의 신속한 동의를 요청하거나, 황 국무총리가 사퇴를 유보하고서 차기정부 장관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 전자는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게 난제이고, 후자는 탄핵당한 정부의 국무총리에 장관 제청권을 ‘부탁’해야 하는 게 걸림돌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상적인 인수위 절차를 거쳤음에도 국무총리 임명에 난항을 거듭했다. 초대 총리 후보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지명 닷새 만에 도덕성 논란으로 자진사퇴했고, 결국 2달여 뒤 대통령 취임 직후에서야 정홍원 국무총리를 임명했다. 정상적인 절차 내에서도 매번 난항을 거듭한 국무총리 임명 절차다. 이번 대선에선 후보마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루빨리 국회 문턱을 넘겠다는 의지다.
일각에선 국무총리ㆍ장관 임명 절차의 시간 소요를 감안, 차관 중심으로 우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차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차기 대통령이 차관을 먼저 임명해 시급한 국정 과제부터 정상화하고, 이후 국무총리ㆍ장관 등의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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