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한창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87년 제 9차 헌법이 개정된 이래 30년 만에 헌법 개정이 가시화되면서 농업관련 조항을 법제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 헌법개헌특위의 관심이 ‘3당 개헌안’에 집중되면서 농업조항은 검토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선진 농업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경제성장을 위해 농업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또는 자동차 및 반도체와 같은 주력수출품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 역시 보편화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한 편견임을 역사는 증명해 왔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네츠 교수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농업의 가치와 의미,목적에 대한 확고한 인식없이는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농업발전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산업혁명으로 선진공업국이 된 영국의 경우, 식량은 수입하고 공산품을 수출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농업을 포기한 결과 밀의 자급률이 19%로 떨어진 상황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독일은 해상을 봉쇄했고 영국국민은 식량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투자를 확대해 1980년대에는 만성적인 식량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한 바 있다.
미국과 EU등 선진농업국들이 자국의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주고 외적으로는 농산물수출시장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농업생산기반의 유지가 국가발전의 근본임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위스의 경우, 1996년 연방헌법 개정때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각계각층의 토론과 협의를 거쳐 최종 국민투표에 붙인 결과 76%의 지지로 스위스의 연방헌법 농업조항(농업의 다원적 기능)인 제 104조를 신설했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 현실은 어떠한가? 그나마 기존 헌법 제1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마저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농업관련 단체의 반발이 예상돼야 있다. 경자유전이란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경자유전의 원칙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농지자체가 농민의 핵심 생산수단이자 중요 자산으로 식량주권, 식량안보 및 국토·환경보전 등 헌법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하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포함한 농업의 가치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헌법상 농업조항”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개진된 농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모아 반드시 개헌특위에 관철시켜 농업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사업 및 생명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헌법에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농업가치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관련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 스위스의 연방헌법 제104조 사례처럼, 국민표결에 붙여야 한다.
박상도 농협구례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