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회사 삼성의 차기 총수의 모습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랐다. 난처한 질문에 몸둘바를 몰라하는 그의 모습에선 ‘순박한 청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측도 있었고, 화끈한 의혹 해소를 기대했던 국회의원 입장에선 이 부회장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 내부적으론 ‘결단력을 보였다’는 우호적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 답변 시간 기준으로 나머지 8명의 총수들이 답변한 시간을 모두 합한 시간(31분) 보다 더 긴 시간인 39분을 답변했다. 질문 횟수도 모두 436회로 다른 총수들에게 던져진 질문 수의 합(272회)보다 더 많았다.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최순실씨 일가를 직접 지원한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의혹의 무게가 더 컸고, 한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점이 부각돼 이 부회장에게 그만큼 더 많은 시선을 쏠리게 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 시간 내내 ‘죄송하다. 더 잘하겠다. 신뢰 받도록 노력하겠다. 부족한 점이 많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최순실씨를 언제 처음 알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답변을 머뭇거리거나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손을 책상 아래 무릎 위에 모으고 등을 의자에 기대지 않은 공손한 상태로 답변을 했다.
반면 이 부회장에게 날선 질문을 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청문회 직후 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가증스러운 웃음을 보고 느낀 답답함을 저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고, 같은당 정청래 전 의원은 “동문서답 시간끌기’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우호적 평가가 많았다. 미래전략실 폐지와 전경련 탈퇴를 청문회장에서 밝혔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 이후 다른 대기업들까지 동참한 것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 관계자는 “평소 본인의 생각이 청문회장을 통해 알려진 것으로 본다. 준비해준 답변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온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가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주총에 앞서 삼성물산 김신 사장으로부터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국민연금에서 만약 반대하게 되면 내 찬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국민연금은 ‘다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다시 ‘그게 찬성의 의미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삼성물산 김신 사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일성신약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도 긍정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