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이어졌던 만장일치 동결 구도가 지난달 8개월 만에 깨진 이후 2개월 연속 소수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하성근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한은이 지난 2014년 8월과 10월, 작년 3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씩 총 1%포인트 내린 이후, 7명의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해왔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움직여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에 이어 이달 금통위에서 하 위원이 소수의견으로 금리 인하를 거듭 주장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위원은 우리 경제의 적정 금리수준이 소폭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하 위원의 소수의견에다 거시 지표까지 악화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12.2% 줄어 역대 최장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또 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4%, 설비투자는 6.0% 줄었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8.0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강타한 지난해 6월과 똑같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에 빠지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다음 금통위에서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이 3%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르면 내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하성근ㆍ정해방ㆍ정순원ㆍ문우식 위원 등 4명이 금통위 다음날인 4월 20일 임기를 마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통위원이 바뀌기 직전인 4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면서 “후임 금통위원은 (추가 금리인하에)신중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진 연 1.25%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다른 위원들로 확대되지 않은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1.5% 금리는 충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 총재는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지만 긍정적 신호도 있다”면서 “유럽이나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가는 것은 국내 경제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면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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