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당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안에 대한 비주류측 반발이 거세지자 “당원과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이 쪼개질 정도로 심각해진 갈등과 위기의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문 대표는 오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부결되거나 별도의 투표에서 신임을 얻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당내 계파 분열이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로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노그룹은 강성 기조를 더해가고, 비주류는 제각각 계보마다 이해가 달라 갈등의 뒷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안이 당무위에 상정된 날 안철수 의원은 당을 떠난 천정배 의원과 만나고, 정세균 의원은 야권 연석회의를 주장하는 등 혼란과 갈등은 오히려 더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위가 활동해 온 석달 동안 갖은 파열음이 난무했던 것은 내놓은 혁신안 마다 계파간 이해득실에 따른 아전인수격 해석 탓이다. 원내 의석 130석 규모의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당내 갈등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해 대표가 재신임을 묻는 극단적 카드를 들고 나온다는 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게 계파만 탓할 일은 아니다. 문 대표 역시 스스로의 행보를 뒤돌아 봐야 한다. 4ㆍ29재보선 참패로 사퇴 여론이 거세지자 ‘야당 혁신’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문 대표였다. 이어 출범시킨 혁신위는 10여차례의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지만 당내 공감을 얻지 못했다. 공천방식 등에 대한 투명한 개혁안을 이끌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대법원의 최종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를 두둔해 사법 불신을 확산시키고,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주장한 것 등은 국민감정과도 거리가 멀었다. 여당이 아무리 사고를 쳐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20%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행동은 구시대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당내는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 장고 끝에 내놓은 재신임 카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현실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야당의 존재감을 되찾고, 정부와 여당과 함께 국정의 파트너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당 내분의 조속한 매듭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계파 간 밥그릇 싸움을 접고 혁신안을 포함한 당의 재건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도 답을 찾지 못하고 사분오열하면 모두가 공멸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