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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원자력 주권 확보, 이젠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한미원자력협정이 42년만에 개정됐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동의라는 한계는 있지만 저농축 우라늄 개발 근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이것 말고도 진전은 많았다. 일일이 미국의 간섭을 받아야 했던 수출입 인허가도 간소화돼 원전 수출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파이로 프로세싱) 연구도 본격 가능해졌다. 만족한 성과는 아니지만 실리는 어느정도 챙겼다는 점에서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한미원자력협정은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원자력발전기 23기를 가동하는 세계 5위의 원전 선진국이지만 원자력협정 규제에 묶여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 등은 손도 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전 연료인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는 물론 핵폐기물 처리가 불가능했다. 넘쳐나는 원전 폐기물의 처리 곤란과 함께 관련 수출과 기술 개발 등에도 적지않은 지장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을 통해 이런 점들이 부분적으로 해소된 것이다.

특히 최대 핵심 쟁점이었던 우라늄 농축의 경우 ‘미국의 우라늄을 20%미만으로 저농축할 때 한미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추진할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우라늄 농축의 금기를 허물고 우회 통로를 확보한 것은 진일보다. 가장 엄격한 잣대였던 농축 재처리 포기라는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 명문을 비켜간 것이다.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위한 각종 실험과 해외 위탁 처리을 허용하는 선에서 매듭지은 것도 의미가 있다. 건식 재처리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다. 하지만 다 쓴 핵연료를 다시 쓸 수 있는 핵연료 물질을 뽑아내고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대폭 줄이는 실용화 단계까지 갈 수는 있는 방법은 나왔다. 이젠 우리가 노력하기 나름이다.

이번 협정타결에 대해 미국 역시 국제 원자력 무대에서 격상된 한국의 위상과 원자력 산업의 동반 진출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윈-윈이란 평가가 워싱턴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번 개정협정은 원자력 에너지의 발전 장애물을 일부 제거한 출발점에 불과할 뿐이다. 핵연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완전한 주권을 확보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다행히 앞으로 정례화되는 한미차관급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핵 주권을 가져오기 위한 진정한 협상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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