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드 주한 미국 대사가 빠른 회복세를 보여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급박한 상황도 있었지만 리퍼드 대사의 의연한 마음 가짐과 강한 정신력, 쾌유를 바라는 많은 한국 국민들의 진심이 맞물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하루라도 빨리 건강하고 다정한 이전 모습으로 업무에 복귀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주길 바란다.
리퍼트 대사의 회복만큼이나 반가운 것은 이번 피습 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완전 불식됐다는 점이다. 걱정했던 미국내 반한(反韓) 감정 불지피기는 물론 가해자인 김기종씨가 범행 당시 북한의 주장을 따라 외치며 한국내 반민(反美) 정서 확산을 노렸지만 그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한미간 균열은 커녕 오히려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하면서 전보다 한층 더 공고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공격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어도 큰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양국 정부의 신속한 대처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숙한 우리의 시민의식이 단단히 한 몫 했다고 봐야 한다. 그 촉매제가 된 것은 바로 리퍼트 대사 자신이다. 그는 얼굴을 80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에도 불구하고 “같이 갑시다”라는 한글 메시지로 변함없는 ‘한국 사랑’을 전했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리퍼트 효과’가 일파만파 번졌고, 쾌유를 기원하는 수천건의 글과 응원 행렬이 온-오프라인을 달궜다. 이같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미국 정부 내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미 국무부는 연일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은 개인 트위터를 통해 “염려해주신 한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리퍼드 대사의 의연한 처신과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응이 웬디 셔면 차관 연설 후폭풍과 이번 피습 사건으로 인한 긴박했던 상황을 모두 날려보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정치권에서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관성을 계속 언급하며 배후설을 부추기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여권 일각과 극우단체들이 ‘범인 김기종 개인의 차원이 아니다’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인들도 정신이상자의 난동이라고 보는 사건을 우리가 굳이 확대할 이유는 없다. 불필요한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대미 관계 등 국익에도 방해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