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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구 작가, 씨줄과 날줄의 조화로 그린 유토피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사각의 구조물이 전시실 한 가운데 놓였다. 겉은 녹슨 창고 같지만 내부를 들어가보면 사방이 하얗다. 경계가 사라진 순백의 공간에 한 폭의 산수화가 담담하게 펼쳐져 있다. 붓 대신 쓰레받기로, 먹 대신 쇳가루로 그렸다.

김종영미술관이 2014년 오늘의 작가로 선정한 김종구 이화여대 교수의 ‘쇳가루 산수화’전 중 설치작품 ‘하얀공간’이다. 공간에 들어서면 먼저 바닥에 설치된 CCTV가 관람객의 발을 비춘다. 스크린에 비친 영상에는 산, 바다와 같은 목가적 풍경이 펼쳐지는데 실은 바닥에 쓰여진 글씨들의 서로 다른 레이어가 수직적 이미지로 만들어 낸 풍경이다. 

하얀공간(부분), 가변설치, 쇳가루, 광목, PV접착제, Projector CCTV카메라, 2014 [사진 제공=김종영미술관]

큰 캔버스 위에 포리졸 접착제를 바른 후, 통쇠를 갈아 만든 쇳가루를 작가가 직접 제작한 쓰레받기에 담아 뿌려가며 글씨를 썼다. 10m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에 6000자 글씨로 새긴 ‘독백’ 역시 통쇠를 갈아 만든 쇳가루 작업이다. 조각과 회화, 수평과 수직의 조화를 통해 이상향을 꿈꾸는 작가의 작업 뒤엔 엄청난 예술 노동이 있었다. ‘개념’ 하나 내놓고 ‘미술’이라 말하는 현대미술계 트렌드 속에서 우직함이 돋보인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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