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호텔서 레지던스호텔까지 ‘다변화 바람’
경주 한옥호텔 ‘라궁’드라마·예능 통해 유명세
영암·여수 이어 안동·서산도 추진
숙박에 취사기능 겸비
레지던스호텔 건립 급증
제주도엔 메디컬리조트 건립 추진
유럽풍 부티크호텔도 들어설듯
호텔의 모습이 갈수록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호텔은 고층 빌딩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저층 고급 부티크호텔, 한옥호텔 등이 등장하고 있다. 호텔의 개념이 정립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영국과 미국에서 널리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태니커사전에 따르면, 호텔은 ‘영리적인 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건물’이라고 풀이된다. 국어사전에는 ‘시설이 좋고 규모가 큰 서양식의 고급 여관’으로 나온다. 대체로 호텔은 숙박시설 중 최상급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호텔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입지하는 특성을 보였다. 근대적인 호텔은 철도가 발달하던 당시 철도역 부근에 세워졌다. 항공기술이 발달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많은 호텔이 공항 부근에 세워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적인 호텔은 철도역 주변에 세워지는 철도호텔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10년대에 외국인들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부산과 신의주에 각각 철도호텔을 세웠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국영 호텔의 시초로 전해진다. 이후 대도시의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호텔은 고층 빌딩의 형태로 나타났다. 고층 건물이 흔치 않았던 시절, 고층 빌딩에 차려진 호텔은 동경과 경외의 대상인 고층 빌딩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높이 올라갈수록 탁 트인 조망권을 활용해 빌딩 상층부에 고급 숙박시설, 레스토랑, 휴식공간 등을 꾸며 높은 수익도 올렸다. ‘하얏트’ ‘JW메리어트’ ‘힐튼’ 등 영미권에서 생겨난 현대식 호텔 체인은 대부분 고층 빌딩을 위주로 한다.
오늘날 초고층 빌딩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 역시 바닷가에 돛단배 형식을 한 거대한 고층 빌딩으로 건립됐다. 하루 숙박비가 2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특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요구가 다변화되면서 호텔 형태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유럽의 저층 고급 부티크호텔이나 우리나라의 한옥호텔 등이 좋은 예다.
▶유럽형 저층 고급 부티크호텔, 한옥호텔 등 다변화=유럽에서는 선조들이 남긴 건축문화 유산을 밀어내고 고층 빌딩을 다시 짓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예로부터 유서 깊은 건축물을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미를 갖춘 저층 고급 부티크호텔로 재탄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뛰어난 주변 자연풍광, 아름다운 조경 등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고층 빌딩 특급호텔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도시의 도심을 벗어나면 다양한 형태의 고급 저층 부티크호텔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모 대기업은 서울 경복궁 인근에 저층형 고급 부티크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한옥을 모티브로 한 한옥호텔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멋과 맛을 알리는 숙박시설로 부상하고 있다.
한옥호텔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호텔 형태로, 최근 예능이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활용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경주의 한옥호텔인 ‘라궁’은 신라의 궁궐이라는 의미로 명명돼 드라마 ‘꽃보다 남자’, 예능 ‘무한도전’ 등의 촬영장소로 활용되면서 인지도를 높인 경우다. 전통 한옥에 현대적인 건축 기술을 접목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대변하는 새로운 개념의 숙박시설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목수 107명, 석공 16명 등 전통 한옥 장인들이 대거 모여 이뤄낸 결과물로서, 경복궁 증축 이래 전문 목수 최대 동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이 밖에 전남 영암에서 전남도시개발공사가 130억원을 들여 지은 한옥호텔 ‘영산재’, 지난해 여수박람회 때 문을 연 ‘여수 한옥호텔’ 등이 성업 중이다. 안동과 서산 등에서는 한옥호텔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드라마와 주말예능을 통해 일반인에 널리 알려진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
▶휴양지 호텔에서 주거호텔, 메디컬리조트 등으로 분화=현대식 호텔은 휴양지 호텔과 주거호텔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휴양지 호텔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으로, 해변ㆍ명승지ㆍ스키장 등 유원지 부근에 위치해 주로 행락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주거호텔은 영구 거주자에게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장기 출장자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주거호텔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주거호텔은 주로 도심에 장기 출장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대거 나타나고 있다. 종로나 중구 일대에서 볼 수 있는 ‘프레이저 플레이스 레지던스호텔’ ‘서머셋 팰리스 레지던스호텔’ 등이 대표적인 주거호텔이다.
이런 레지던스호텔은 고급 호텔의 숙박 기능에 더해 취사가 가능해 마치 집에서처럼 각종 요리와 식사를 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밖에도 업무시설이 즐비한 강남 일대에서 다양한 레지던스호텔이 생겨나고 있고,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굳이 레지던스호텔을 고집하지 않고 일반 휴양지형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탁 트인 조망권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서울 계동 한옥마을, LA 몬타지 베벌리 힐스. |
호텔은 최근 더욱 다양한 기능으로 분화 중이다.
올해 초 제주도에서는 병원과 호텔 리조트시설을 결합한 신개념 휴양 의료시설이 건립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의료법인이 기존 호텔을 매입해 건강 검진, 성형미용 등 최첨단 의료시설과 숙박시설을 갖춘 신개념 호텔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연풍광과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메디컬리조트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개념인 의료관광 모델을 제시하고, 국내 수요자들로부터도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국내외 호텔업계는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운영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