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이돈태 탠저린 대표의 프로젝트는 분야가 다양하다. 항공기와 같은 중후장대한 산업부터 냄비, 의자 등 작은 소비재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의 역대 프로젝트 결과물을 살펴보면 변하지 않은 원칙이 드러난다. 바로 결과물을 사용할 사람의 니즈(needs)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서 디자인으로 개선해 주면서도 기업이 이윤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언제나 내가 가장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디자인 철학”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대표작은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디자인이다. 이 대표와 더불어 탠저린이 영국의 대표 디자인 회사이자 세계적 업체로 주목받는 계기가 된 프로젝트였다. 적자에 허덕이던 영국항공은 이 디자인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때까지 ‘항공기 내부 공간과 좌석 배치에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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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이 디자인한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기존의 좌석 개수를 유지하면서 앞뒤 공간을 더 넓혀 수평으로 완전히 누울 수 있는 구조의 디자인이다. 호텔 라운지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늘 위의 라운지’콘셉트다. 이 디자인은 항공기 인테리어 디자인에 센세이션을 불러왔고 이를 계기로 영국항공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탠저린은 이프로젝트로 2001년 영국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인 IDEA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탠저린이 디자인한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기존의 좌석개수를 유지하면서 앞뒤 공간을 더 넓혀 수평으로 완전히 누울 수 있는 구조를 접목했다. 그 전까지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와 다를 바 없이 허리를 세우고 앉아야 하는 일반 좌석이었다. 하지만 탠저린은 호텔 라운지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늘 위의 라운지’를 만들어냈다. 탠저린은 2000년 첫 프로젝트 이후 지금까지 영국항공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런칭했다. 한 좌석당 공간을 25% 더 확장한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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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프로젝트의 스케치 작업. |
이 대표가 국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래미안의 ‘한국형 욕실’이다. 이 대표가 삼성물산 건설부문 디자인 고문을 맡았을 당시 진행한 프로젝트다. 한국인에게 맞는 인체공학을 연구, 분석해 선보인 한국형 욕실 디자인으로, 예를 들면 샤워 공간에서 발을 씻을 수 있도록 발받침을 만들어고, 욕조에서 손세탁을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서양에서 들여온 욕실 문화에 한국인의 문화를 접목시킨 것이다. 한국형 욕실은 2008년 대한민국 굿디자인상과 독일의 레드닷ㆍif디자인에서 잇따라 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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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태 대표가 삼성물산 건설부문 디자인 고문시절 디자인한 한국형 욕실 디자인이다. 서양식 욕실공간에 한국인의 체형 및 생활습관, 한국의 조형미 그리고 무선인식기술 등 첨단기술을 조화시킨 제품으로 국내외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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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디자인 철학 구축 작업의 일환으로 디자인한 제품. 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디테일적인 요소를 강화해야한다는 취지. |
이외에도 국내 기업인 ㈜해피콜의 아르마이드 주물 냄비 세트,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과 함께 개발한 우리들체어 등도 큰 호응을 얻었다. 아르마이드 주물 냄비 세트는 선박 건조에 활용되던 아르마이드 공법과 세라믹 코팅 기술을 냄비에 적용해 경도를 높이고 부식 방지 효과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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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이 디자인한 국내 기업 ㈜해피콜의 아르마이드 주물 냄비 세트. 제품의 외관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본래 제품이 가진 우수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 선박 건조에 활용되던 아르마이드 공법과 세라믹 코팅 기술을 냄비에 적용해 높은 경도와 부식 방지 효과를 강화했다. |
우리들체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을 때 등받이에 몸을 기대기 보다는 허리를 구부리고 책상이나 테이블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는 일상의 특징을 잘 포착한 제품. 등받이를 없애고 대신 의자 앞쪽에 가슴지지대를 장착했다. 거북목 등 척추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높인 셈이다. 기능성 의자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에 이른바 ‘애플 디자인’을 적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sjp10@heraldcorp.com |
탠저린이 척추전문 우리들병원과 함께 개발한 의자로 가슴지지대인 체스트서포트를 장착한 척추질환예방을 위한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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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우드 250주년 기념 자기 세트. 탠저린에서 디자인한 이 기념 자기세트는 웨지우드가 가진 기존의 헤리티지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추출해 재스퍼라는 소재로 모던한 제품군을 개발한 작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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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의뢰로 디자인한 미래 중장비 기기의 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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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위치한 탠저린 본사 내부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