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도흥록(58)의 작품 ‘Apple Garden’이다. 그의 조각 앞에선 누구나 몸이 움직여진다. 관객인 나 자신과 주변풍경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도흥록의 작품은 이렇듯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시각적 유희를 선사한다. 너무나 낯익은 사물을 낯설게 하며, 지각에 대한 통념을 보란듯 깨뜨린다. 그래서 신선하다.
제주현대미술관이 ‘LIGHT-Memento of Burning Island’라는 타이틀로 도흥록의 작품세계를 조망한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인 ‘사과’를 비롯해 워낙 정교해 마치 소리까지 들릴 듯한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악기조각이 두루 나왔다. 또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에 비디오를 설치해 움직임을 강조한 최근작도 선보인다.
도흥록의 ‘Apple Garden’. 스테인리스 스틸. [사진제공=제주현대미술관] |
그의 작품은 수십, 수백번의 손길을 거쳐야 탄생한다. 거울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반사하는 재료인 스테인리스 스틸을 볼록렌즈나 오목렌즈처럼 다듬은 뒤, 그 표면에 물방울이나 퍼즐조각같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다시 용접한다. 작품에 열을 가해서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한다. 대단한 공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만든 작품은 주변 풍경 모두를 품는다. 작가의 의도나 우연성에 따라,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무수히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작가는 “일상 속 익숙한 삶의 풍경을 다시 환기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064)710-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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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