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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아테네는 왜 소크라테스를 죽였나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철학, 인문학, 마케팅 등 여러 영역에서 이미지로 숱하게 소비되지만 사실 그를 잘 아는 경우는 드물다. 영국의 대중적인 역사학자이자 역사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베터니 휴즈는 소크라테스를 ‘도넛 같은 주제’라고 말한다. 그에 관한 자료는 무궁무진한데 정작 주인공 자리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마치 입체 가상공간으로 불러오듯 생생하게 재현해낸 ‘아테네의 변명’(옥당)은 그의 철학이 아닌 그와 직접 대면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세인의 관심은 소크라테스를 죽인 진짜 이유에 쏠리게 마련이다. 2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거리인 그의 죽음에 대해 저자는 당시 사회상황을 예로 든다.
소크라테스의 애제자 알키비아데스의 배신으로 스파르타에 중요 정보가 넘어가 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하자 아테네는 혼란이 가중되면서 참주정이 부활한다. 민주주의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시민들은 참주정을 무너뜨리고 민주정을 회복하지만 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더욱이 스파르타에 매년 거액의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크라테스가 사회 현안을 비판하고 나서자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시민들은 밉살스러운 괴짜 철학자를 희생양으로 세운다.
책은 나이 지긋한 소크라테스가 재판이 열리는 아고라를 향해 아테네 시장의 미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맨발로 법정을 향하는 그의 주변에는 500명 배심원의 분주한 발걸음도 이어진다. 소크라테스를 고소한 이는 셋. 젊은 시인 멜레토스, 공방을 운영하는 무두장이자 정치가인 아니토스, 아테네의 웅변가를 대표하는 리콘 등이다. 소크라테스의 가장 큰 죄목은 불경죄였다. 젊은이들을 아테네의 신에게서 등 돌리게 해 그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다. 아테네 재판정에선 피고가 자신의 형량을 제안할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영웅 칭호와 평생 무료식사를 요구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저잣거리의 모습, 공방과 유물 발굴 현장, 배심원을 뽑는 제비뽑기, 낮에는 옷감을 짜고 밤에는 더 바삐 일하는 여자들의 삶, 4년마다 열리는 판아테나이아 축전 등 10년 동안 동지중해 지역을 발로 뛰며 그려낸 디테일이 그리스 사회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살려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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