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UAE도 바레인 수니파 왕정을 돕기 위해 군병력을 파견하면서 중동사태가 자칫 이슬람 종파 간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바레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시아파는 사우디 등의 파병을 ‘선전포고’라고 주장하고, 시아파 국가인 이란도 바레인 정부를 비난하는 등 바레인 사태가 아라비아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14일 사우디는 1000명의 병력을 바레인에 파견했으며 UAE도 500명의 경찰을 바레인에 보냈다. 바레인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날이 갈수록 격화됨에 따라 걸프협력협의회(GCC)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위대 수천명은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모여 ‘점령 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외세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의 병력 파견은 시아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자국에까지 미칠 영향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바레인에서는 인구 70%에 달하는 시아파가 소수인 수니파 왕정에 의해 차별받고 있다며 왕정 교체와 내각총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니파가 지배하고 있는 사우디 역시 바레인과 인접한 사우디 동부 지역에서 시아파 자국민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의 개입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중동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병력 파견에 대해 이란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레히안 이란 외교부 국장은 “평화적 시위는 바레인의 국내 문제”라며 “외국군을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시위대를 탄압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 바레인을 중동의 핵심 우방으로 여기는 미국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사우디 등의 파병에 대해 “이는 침략 행위가 아니다”라면서도 “바레인 등 중동국가 정정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탄압이 아니라 정치 대화”라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