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개각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모양이다.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여권의 ‘총동원령’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차출’ 후보 각료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우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외교 안보라인을 쇄신하면서 총선 가용 자원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겨냥한 포석이다. 여권내 경제관료 출신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출마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유은혜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기존 정치인 출신 각료들도 언제든 총선 앞으로 달려나갈 태세다. 게다가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리도 아직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당초 이 총리를 포함해 3~4명 정도로 예상됐던 총선 개각 폭이 많게는 6~7명,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국정의 안정적 운용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도 잦은 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할수만 있다면 부처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면에서 개각이 불피한 상황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임기 후반기를 막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내각과 국정 운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특히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등에 대한 정책 기조를 재점검하고 가능하면 방향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도 개각은 의미가 있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총선에 차출된 빈자리 채우는 돌려막기 인사에 그친다면 문 대통령의 국정 후반기는 그야말로 기대난망이다.
어차피 개각을 마음 먹었다면 최대한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게 좋다. 국정은 단 하루도 공백이 생겨선 안된다. 개각설만 난무하고 시간만 끈다면 당사자는 물론 해당 부처 전체가 혼란스럽고 어수선해지게 마련이다. 늦어도 예산안 처리 등 국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내달 말이나 1월초에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
문제는 인선이다. 청와대는 개각폭이 커질 경우 또 다시 인사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하다. 혹독한 대가를 치를 조국 사태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을 터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인재 풀을 넓히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념과 진영을 고집하며 내편, 내사람만 찾으려고 하니 마땅한 인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야권 인사라도 과감하게 기용하는 탕평 인사가 돼야 내각에 대한 신뢰도 커지고 국정도 안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