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과는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19일 심야의 대선 후보 2차 합동 TV 토론에 대한 소감이 그렇다. 이날 토론은 원고나 참고자료 없이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게 큰 특징이다. 이렇게 하면 각 후보의 안보관과 경제관 등에 대한 인식의 역량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유권자 입장에선 후보들의 민낯을 살필 좋은 기회였다.
기대가 컸지만 내용면에서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맹탕 토론이 되고 말았다. 외교안보와 경제복지 두 분야로 나눠 후보간 열띤 논쟁을 벌이기는 했으나 알맹이 없는 말꼬리 잡기 난상토론에 그쳤다. 최근 북한의 6차 핵 도발과 미국의 군사 대응 등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외교 안보 분야의 최대 현안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질의응답과 반론 제기 등이 당연히 토론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정작 토론은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대북송금문제나 북한 인권법 논란 등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학예회 수준은 면했다지만 이런 식의 토론으로는 후보들의 국정운영 방안과 정치철학이 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소득이 있다면 유력 후보간 일대 일 양자토론의 필요성이 거듭 확인됐다는 점이다. 120분간의 토론이라지만 5명의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8분이다. 이 제한된 시간에 후보의 자질과 인품을 파악하기는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그 시간조차 다수의 후보가 물고 물리는 말싸움을 하는 데 허비하기 일쑤다. 이런 소득없는 토론은 아까운 전파만 낭비할 뿐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 2명을 대상으로 한 맞장 토론 도입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깊이 있는 정책 토론이 가능하다. 그게 얼마나 위력적이고 실효성이 있는지는 미국 대선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이 원하고 후보간 합의하면 당장이라도 못할 이유는 없다. 해당 후보들로선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겠지만 이를 이겨내는 것도 ‘대통령감’이라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여기에 끼지 못한 후보들도 무턱대고 형평성을 문제 삼아선 안된다. 본인들도 당선 가능성을 높이든지, 양자 토론 대상이 돼야 할 이유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면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계적인 공평성에 연연하다 보면 제대로 된 검증은 요원하다. 그건 2번으로도 족하다. 언제까지 지역과 이념, 막연한 선입견만 가지고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