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감독국 내에 ‘자영업자 대출 전담반’을 새로 만들고 책임자를 임명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15일 발표한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이 이제야 시행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계획이 나오고도 출범까지 한달 가까이 걸린 셈이다.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하루 평균 3000명이 새로 자영업에 뛰어들고 2000명이 문을 닫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치킨집 음식점을 창업해봐야 3년을 못 버틴다. 상황은 심각하고 대책은 시급하다.
금감원이 자영업자 대출만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조직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였다는 반증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사실상 개인대출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대출’에 포함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그런 이유다. 명확한 통계나 실태 파악도 어려웠다. 현재는 자영업자 대출 분류 기준 자체도 모호하다.
은행의 소호(SOHO)대출에도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이 포함되지만 은행마다 자산, 매출,여신잔액 등 대상기업에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순수한 자영업자 대출분을 산출하기 힘들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이 자체 분석한 결과는 그동안 기준으로 삼던 수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은의 통계상 지난해 9월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000억원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다시해보니 600조원을 넘더라는 후문이다. 그동안 한은 통계에서 빠졌던 부분(사업자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을 포함시켜 나온 결과다.
이처럼 정확한 통계가 없다보니 대응방안 마련도 쉽지 않았다. 전담반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가 정밀한 자영업자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란 얘기다. 여기에 제2금융권 통계까지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은행보다 현격히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금리상승이나 경기변동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벼랑 끝 임계점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제2금융권에서 먼저 나타난다. 실제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자영업자는 사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은행 자체의 리스크 관리로 연체율도 아직은 높지 않은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금감원은 비은행권 자료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자영업자 대출을 업종ㆍ유형별로 구분해 상세 분석한 뒤 은행ㆍ비은행권을 포괄하는 리스크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에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