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색다른 차례상
서울·경기 타지역보다 생선 적고다산·풍요의 상징 북어는 필수
조상에 대한 감사와 정성 한가득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송편을 빚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명절 추석이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음식이 차려진 차례상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통과 편리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우선 추석 차례상 차릴 땐 기본적으로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조율이시(서쪽에서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 ▷생동숙서(날 것은 동쪽, 익힌 것은 서쪽)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 ▷좌포우혜(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건좌습우(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 ▷접동잔서(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에 격식에 따라 진열한다.
차례상 배치 역시 1열엔 밥과 국 (설날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 2열엔 생선탕, 두부탕, 고기탕 등의 탕류, 3열엔 구이, 전, 4열엔 포와 나물, 김치, 그리고 마지막 5열엔 과자, 과일 등 후식의 순서로 진설한다.
상차림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해당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산물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추석 차례에는 조상에 대한 감사와 정성의 마음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역별 추석 상차림에서 특이점을 보면 서울과 경기도에선 굴비 또는 가자미, 참조기 등을 주로 올리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생선이 적은 편이다.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던 북어 구이적 또한 빠지지 않는다. 대신 차례상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큰 편이다.
경상도는 조기뿐만 아니라 민어, 가자미, 방어, 도미 등 여러 종류의 생선과 어패류를 차례상에 올린다. 특히 대구에선 ‘돔배기’로 잘 알려진 참상어살을 구워내며 안동에서는 문어와 식혜를 올리기도 한다.
충청도는 인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다양한 음식을 올린다. 경상도와 인접한 지역은 대구포, 가오리포 등을, 전라도와 인접한 지역은 말린 홍어, 병어, 가자미, 낙지 등을, 내륙지역에서는 배추전, 버섯전 등 전과 부침류를 많이 올린다.
전라도는 홍어가 집안 경조사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될 음식으로 홍어와 함께 병어, 가자미 등 생선과 낙지나 꼬막 등 어패류도 많이 올린다
강원도는 산이 많은 관계로 나물과 버섯, 감자, 고구마를 이용한 감자전 같은 음식이 많이 올린다. 특히 메밀꽃으로 유명한 평창에서는 반드시 메밀전을 올린다. 강릉과 같이 동해안과 인접한 곳에서는 풍부한 명태 등 생선을 이용한 전도 많이 올린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별한 지리적 조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제주도에서만 잡히는 옥돔 등의 생선이나 전복, 갈치와 함께 제주도에서 재배하는 귤, 파인애플 등 다양한 열대과일들이 많이 오른다.
이에 대해 성균관의 한 관계자는 “한해의 풍성한 수확의 결실을 맺게 된 것에 대한 감사와 조상을 기린다는 마음과 의식이 중요하지 차례상에 올려야 할 음식 종류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추석의 세시풍속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이날은 처음 수확한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빚으며, 새로 지은 추석빔을 차려 입고 차례를 지낸 후 음복(飮福) 뒤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하고 성묘를 한다.
이날 행해지는 전통놀이로는 농악과 줄다리기, 씨름, 소놀이(경기), 강강술래(호남-진도), 가마싸움(영남-의성),거북놀이(이천, 안성,천안) 등이 있으며, 남도지방에서는 닭싸움과 소싸움을 즐긴다.
또 그 해에 지은 농사 중 가장 잘 익은 곡식을 잘라 묶어 기둥이나 벽 또는 방문 위에 걸어뒀다가 다음해 농사용 씨앗으로 쓰는 ‘올게심니’와, 며느리가 떡·술 ·닭·달걀 등을 준비하여 친정 부모를 뵈러 가는데 중간 거리쯤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반보기’ 등을 들 수 있다.
박승원 기자/pow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