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시장 “사람은 철거 대상 안돼”
진압 경찰 배제 객관성 담보 한계
용산 참사의 발생부터 원인, 수습과정, 참사 이후 변화상을 담은 백서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이 19일 발간됐다.
서울시는 용산참사 8주기(1월20일)를 맞아 이 날 오전 시청에서 용산참사 유가족,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위원회 위원, 참여작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참사 백서 발표 및 전시회’를 열고 백서 출간을 알렸다.
2009년 1월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옥상에서 망루농성 중이던 철거민을 경찰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비극이 시작됐다. |
박 시장은 기념사에서 “용산참사의 근본적, 구조적 원인을 살피고 따져서 발본색원하고 대책을 마련해 실천하는 것만이 용산참사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고, 그것이 바로 용산참사 백서를 만들게 된 이유”라며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서울시는 개발을 위해 사람들의 삶터와 일터를 대책 없이 파괴하고 철거하는 과거의 개발방식과는 결별,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의 길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서는 2020년 용산참사 발생 지역인 용산4구역 내 건립되는 ‘용산참사 전시관’을 채울 핵심 콘텐츠로 활용된다. 전시관은 개발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 받아 짓는 공공청사 1층에 약 550㎡ 규모로 들어선다. 백서를 비롯해 사진, 조각, 그림 등 용산참사와 관련한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백서 출간 기념으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시청사 1층 로비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용산 사고는 2009년 1월 20일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 내 건물을 점거해 세입자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주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 등 6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친 사건이다.
백서 제작은 박 시장이 2015년 1월 용산사고 6주기 추모행사에서 기록화사업을 발표하면서 시작했다. 애초 7주기인 지난해 발간될 계획이었지만, 관련 주체가 다양하고 참사 후 장례가 치러지기까지 355일이나 걸렸던 만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역사를 담아낸다는 취지에서 2년만에 마무리됐다.
용산참사와 관련한 모든 것이 240여장에 담겼다. 책은 ▷사진으로 보는 용산참사 ▷서론(백서의 목적, 작성 방법과 범위 등) ▷발생과정 ▷수습과정 ▷용산참사 이후 변화 및 해결 노력 ▷용산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새로운 재개발 정책방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는 1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수사기록 및 판결문, 소송 및 각종 인허가 서류, 9000여 장의 영상ㆍ사진자료, 학술지 및 출판서적, 언론보도 등 용산참사와 관련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ㆍ검토했다. 또한 50여 명이 넘는 관계자와의 심층 인터뷰, 용산4구역 세입자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학계, 종교계, 언론, 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 위원회’가 총 14회(2015년7월~2016년12월)에 걸쳐 백서의 내용을 검증, 자문했다. 시는 용산참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발생 원인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자 위원회 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 당시 객관성을 담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남영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용산참사 변호를 맡았던 박승진 변호사,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시민단체인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등 진보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고 당시 진압을 맡았던 경찰측은 배제돼 서다.
시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백서의 서두에 ‘백서가 지닌 원칙과 한계’를 따로 정리하고,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그 판단을 존중하되,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병기한다”는 집필 원칙과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은 본 백서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계를 적시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