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 전원은 이날 정 의장 발언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결의안에서 “국회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장이 좌파 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국회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정면 도전”이라며 “정 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1일 오후 개회식 중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에 반발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정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임ㆍ불신임 등의 이름으로 제출된 역대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은 모두 25건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건은 한 건도 없었다.
역대 최다 불신임을 받은 국회의장은 정일권 전 의장이다. 그는 9대 국회 임기 동안 4차례나 사퇴 촉구를 받았다. 3~4대 이기붕 전 의장, 6~7대 이효상 전 의장은 3차례씩 사퇴 촉구 결의안에 접수됐다.
또 전체 국회의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숫자가 사퇴 촉구의 대상이 됐다. 역대 국회의장 27명 가운데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받은 사람은 15명에 달한다.
이처럼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이 남발됐음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절차가 복잡하고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의안이 국회 의안과에 접수되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의를 통해 국회 운영위원회 일정을 잡아야 한다. 운영위에서 논의가 끝난 불신임 안건은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지만, 실상은 운영위를 개회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퇴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찬반 투표까지 간 것은 단 4차례 뿐이며 모두 부결됐다. 운영위 논의 끝에 폐기된 건도 4건에 불과하다. 대부분 국회의장의 임기가 만료돼 자동으로 폐기됐다. 실제로 사퇴 촉구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난 국회의장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의장 사퇴 촉구가 빈번했던 까닭은 대부분 ‘대여(大與)’의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대한 야당의 반발 차원이었다. 2013년 2월 강창희 전 의장이 황찬현 당시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강행, 김형오 전 의장은 2009년 7월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해 민주당의 사퇴 촉구 결의안을 받았다.
이번처럼 정기국회 개원 첫날 국회의장 개회사를 계기로 사퇴 촉구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최초다. 의안 상정 권한을 가진 야당 출신 의장의 정치적 결단에 대한 여당의 경고이자, ‘여소야대’ 구도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협상과 상임위원회 표결에서 이어져온 여야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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