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지만 아파트 견본주택에 상담을 받으러 가면 특히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게다가 질문내용이 기본적인 사항이 아니라 설계나 면적처럼 ‘살짝’ 전문적인 부분이라면 잘 모르면서 얼렁뚱땅 넘기는 분양 상담사들도 종종 있습니다.
▶ 서비스 면적이 뭘까 = 견본주택을 가보면 ‘서비스 면적 대폭 확대!‘ 같은 광고문구가 현수막으로 내걸린 모습 한 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아파트 분양 때 시공사나 분양대행사들이 강조하는 서비스면적이란 간단히 말해 전면ㆍ후면 발코니(베란다)나 대피공간 등을 말합니다.
50대 이하 상대적으로 ‘젊으신’ 주택수요자 분들은 대부분 아파트 분양 때 발코니 확장 을 선택할 겁니다. 만약 서비스 면적이 넓다면 확장공사를 통해 실사용 공간도 그만큼 커진단 의미겠죠.
한 아파트 견본주택의 청약상담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
참고로, 이 서비스면적은 전용면적엔 들어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개업소나 견본주택에서 ‘전용 59㎡짜리다’라고 얘기하면 ‘발코니를 늘리면 총 몇㎡ 나 되느냐’고 물어보십시오. 그때 나오는 면적이 실제 살아갈 공간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전용 84㎡에 서비스면적이 39㎡나 되는 곳도 있습니다. 발코니를 넓히면 최대123㎡를 실면적으로 쓸 수 있는 겁니다.
또 하나. 수납공간(드레스룸, 복도수납공간, 주방펜트리 등)을 서비스 면적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공간은 전용면적에 포함되는 게 보통입니다. 따라서 이것저것 수납공간을 강조하는 시공사 측 마케팅도 ‘살펴서’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분양 관계자들은 “수납공간이 잡다하게 많을 수록 내부면적이 좁아보이는 경우도 적잖다”고 귀띔합니다.
▶ ‘베이’는 또 뭘까 = 서비스 면적이 뭔진 알아도 ‘베이(bay)’가 뭔지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간단히 생각하세요. 베이의 숫자가 올라갈 수록, 즉 2베이가 3베이→ 4베이가 될 수록 서비스면적도 따라서 넓어집니다. 발코니가 길어지거나 넓어져서입니다.
아파트 구조에서 베이란 기둥과 기둥 사이의 한 구획을 말하는 건축용어입니다. 이렇게 나뉘는 구획은 전면 발코니(아파트 거실 쪽 베란다)에 배치되는 공간의 갯수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평면(베이)의 변화 |
이 베이의 갯수는 아파트 명면 진화과정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2베이부터 볼까요. 거실과 안방만 발코니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1990년대엔 전용 84㎡ 아파트에 2베이구조가 주를 이뤘습니다. 90년대 초 입주한 분당신도시가 대표적입니다. 이 때 아파트는 대부분 정사각형이나, 세로로 긴 구조였죠.전면부에 거실과 안방, 그 이상 설계가 어려웠습니다. 만약 전면부(발코니와 접한 거실과 안방)가 남향이라면 나머지 방 2개는 북향이라 햇볕이 잘 안드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3베이가 나온 건 200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채광이 좋은 전면부에도 많은 방이 배치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죠. 전용 84㎡에 3베이가 가능해집니다. 이 시기엔 ‘베이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파트 실수요자 사이에선 ‘베이를 알면 아파트가 보인다’는 말도 오갈 정도였습니다. 전용 59㎡까지 3베이가 적용된 것도 2000년대 초 이후입니다.
2000년대 후반 접어들며 베이의 갯수를 활용한 평면 진화가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대표적인 곳이 판교신도시 입니다. 판교는 이른바 ‘평면의 각축장’으로 통했습니다. 특히 전용 84㎡를 ‘ㄱ’자로 설계해 5베이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도 나왔습니다. 또 거실 양면에 발코니를 설치한 평면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죠.
최근엔 전용면적 따라 베이의 갯수를 고정하지 않습니다. 전용 84㎡에서 4베이, 4.5베이, 5베이까지 나와 있습니다. 가변형 벽체를 활용한 ‘알파룸’ 평면도 나왔습니다.
앞으로 아파트를 보실 땐 ‘5베이라서 좋다’ 또는 ‘서비스면적이 어찌해서 좋다’는 식의 얄팍한 광고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알아듣기 어려운 문구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게 내 실정에 맞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꼭 한번 쯤은 필요할 겁니다. 2014년 분양시장에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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