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화 포어시스 대표·변수빈 디프다제주 대표

‘인간과 바다’ 주제로 유쾌·진솔한 대담 눈길

아랍서까지 밀려온 쓰레기 쌓이는 제주 해안

“폐기물에 가치 부여…자연스레 수거될 것”

“쓰레기 없어지면 우린 실직자, 그날을 기다려요” [H.eco Forum 2022-기후위기와 바다]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와 변수빈 디프다제주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2회 ‘H.eco Forum 2022’(헤럴드환경포럼)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사람들이 쓰레기를 많이 안 버리면 우린 실직자가 될 것 같네요.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려 봅니다.”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와 변수빈 디프다제주 대표가 만났다. 포어시스는 해양 폐기물 수거·관리 및 재활용 솔루션 개발업체이고, 디프다제주는 제주 해양 쓰레기 수거단체다. 쓰레기가 사라질 날을 고대한다는 이들의 유쾌하고 진솔한 대화 속엔 바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묻어났다.

원 대표와 변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2회 ‘H.eco Forum 2022’(헤럴드환경포럼)에서 ‘인간과 바다’란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변 대표는 제주 내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며 겪은 생생한 현장 경험을 전했다. 그는 “주로 대만이나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밀려온 쓰레기가 많고, 어떨 땐 아랍 지역의 쓰레기까지 발견된다”고 전했다.

디프다제주에서 최근 경각심을 갖고 살펴보는 쓰레기는 유해성 폐기물. 약통이나 주삿바늘 등이다. 변 대표는 “어떤 날엔 한꺼번에 몇십 개씩 발견될 때도 있다. 이런 쓰레기들은 즉각 해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플라스틱 돌’까지 등장한다. ‘뉴락(new rock)’이라 불리는 쓰레기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뭉쳐 외관상으로 돌과 같은 형태를 띠는 걸 말한다. 변 대표는 “처음엔 플라스틱 덩어리 같은데 점점 돌과 같은 형태로 변한다. 눈으로 보면 돌과 구별이 안 돼 실제 들어서 무게로 구별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원 대표는 ‘공(共)존·공(空)존’을 언급했다. 그는 “함께 하지 않으면 누구도 존재할 수 없다”며 “바다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우린 분명히 그 누구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어시스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하천으로부터 바다까지 밀려오는 폐기물 처리다. 하천 한 편에는 유도 시설을 설치하고, 다른 한 편엔 쓰레기통을 설치해 폐기물을 걷어낸다. 각종 방식 중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모색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그는 “폐기물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절대 모이지 않는다. 역으로 폐기물도 가치 있는 물건이라면 자연스레 수거된다”며 “폐기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수거할 동기를 제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에는 포어시스가 폐어망과 폐각(수산 부산물)을 이용해 개발한 콘크리트 소재 화분도 배치됐다. 원 대표는 “산업에도 쓸 수 있도록 품질을 갖추고 저렴하게 만드는 것, 그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며 “(폐기물이 산업재로) 많이 쓰이면 규모의 경제가 생기고, 규모의 경제가 생기면 저렴하게 만들 수 있으니 더 많이 수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업, 정부, 시민단체 등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바다를 지켜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변 대표는 “최근 폐기물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더 체계적으로 수거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모두 함께 움직여야 변화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