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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팬데믹 속 진가 보여준 ‘견줄 수 없는 우정’

주(駐)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대사관에는 6세기경 천산산맥을 넘어 중앙아의 고도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궁전에 다녀간 두 명의 고구려 사신의 그림(사신도)이 걸려 있다. 한국과 우즈벡 간 1400년에 달하는 교류의 전통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우즈벡은 80여년 전 국제 정세가 격동하던 시절 고려인 동포를 따뜻하게 품어줘 이들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어엿한 주역이 될 수 있게 길러준 땅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제 한국과 우즈벡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다. 다른 나라 외교관에게 양국 간 관계를 묘사할 때 필자는 ‘견줄 수 없다’ 는 표현을 자주 쓴다.

우즈벡을 들러본 사람들은 누구나 색다른 한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투자로 시작된 중앙아시아 최초의 자동차 생산공장, 사막 한가운데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수르길화학단지, 우리의 개발 원조로 건설된 역내 최고의 현대식 병원이 대표적이다. 한국어학과는 물론 한국학 단과대학까지 개설한 대학이 있고, 현지인들이 우리말 특유의 시옷(ㅅ) 소리까지 정확하게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우즈벡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 체류 유학생 여덟아홉 중 1명이 우즈벡 출신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 속의 우즈벡과 우즈벡 속 한국은 계속 커져온 것이다.

양국 간 우정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각국의 국경 봉쇄 속에서도 우즈벡은 유일하게 한국과의 하늘길을 계속 열어뒀다. 이를 통해 양국 기업인은 물론, 많은 외국인도 인천을 경유해 중앙아 출장이 가능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의료전문가를 우즈벡에 파견하고, 반출이 제한되던 마스크·진단키트 등을 예외적으로 제공했으며, 우즈벡을 대상으로 범정부적 포괄적 긴급지원도 제공했다. 이에 화답하듯 우즈벡 정부는 외국인에게는 이례적으로 우리 재외국민에 대해 코로나19 단체 백신접종까지 제공했다.

세계가 팬데믹으로 움츠러들었던 올해 우리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모두 우즈벡과 교류했다. 평상시에도 한 해에 3부 요인이 특정 국가와 동시에 교류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양국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우즈벡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함께 열어가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이자 특별 전략적 동반자라는 양국의 각별한 관계를 상징이라도 하듯 문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간 네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한 해 마지막 달 국빈초청장이 우즈벡에 전달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하게 성장해온 양국관계를 축하하고, 우리 신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우즈벡과의 협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속에서 한민족 특유의 끈기를 보여준 재외국민, 한국이 우즈벡의 4대 무역투자국이 되는 데 기여한 진출 기업들, 그리고 필자를 ‘우리 대사’라고 정겹게 불러주는 고려인 동포와 함께 이번 국빈 방한이 올해 우리 외교의 대단원이 될 것을 고대해본다.

강재권 주우즈베키스탄 대사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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