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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30년, 중앙아시아와 함께

11월 30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제14차 한국·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이 외교장관급으로 개최됐다. 포럼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참석했다. ‘스탄’은 본래 페르시아어로 나라 또는 땅이라는 뜻인데 가령, 카자흐스탄이라 하면 카자흐인들의 나라 또는 땅이라는 의미다.

중앙아와 우리의 인연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 문명이 교류하던 1400여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승려 혜초는 비단길을 여행하며 왕오천축국전을 남겼고, 조우관을 쓴 고구려 사신이 등장하는 7세기 중앙아 고대벽화는 시공을 넘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근현대사의 굴곡과 냉전을 겪으며 잠시 단절되었던 인연은 1992년 우리와 중앙아 5개국이 수교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이러한 시점에 한국과 중앙아 5개국 외교장관을 포함한 100여명의 대표단이 모여 한·중앙아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논의한 이번 포럼은 의미가 자못 컸다.

포럼은 2007년부터 매년 개최됐는데 지난 4년간 중앙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우리의 신북방정책 틀내에서 더욱 발전했다. 협력의 범위는 에너지·인프라 및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 경제협력을 넘어 이제는 공공데이터, 보건·의료, 교육, 전자정부 등 국가·사회 발전의 핵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포럼 참여 주체에서도 민관 교류 플랫폼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우리가 서울에 설치한 포럼 사무국은 중앙아 5개국에서 파견된 펠로들도 함께 근무하며 포럼에서 협력사업 이행을 위한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14차 포럼 준비를 위해 지난달 초 타지키스탄을 방문해 중앙아 5개국 외교차관들과 회의를 했다. 중앙아 대표들은 그들이 다른 역외 국가들과도 협력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협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협력을 더 심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포럼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1~2년 뒤에는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포럼 사무국이 사업의 이행을 촉진하는 식의 체계적인 접근을 한국과의 포럼이 성공해 온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전의 폐허 속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매력에 더해, 중앙아 국가의 관심과 발전 수요를 배려하려는 우리의 진정성도 중앙아 국가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온 한·중앙아 관계 앞에는 새로운 도전이 놓여 있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에너지 전환 등 과제들을 어떻게 함께 극복할 것이냐는 문제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포럼에서 앞으로의 한·중앙아 협력 방향으로 자연, 기술, 그리고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발전을 제시했다. 자연과 공존하는 가운데 미래기술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궁극적으로 사람의 행복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 것이다.

마침 올해 타지키스탄에 대사관이 생겼고, 우리나라는 이제 중앙아 5개국 모두에서 대사관을 운영한다. 우리의 대(對)중앙아 외교 인프라가 완성된 것이다.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채워 나가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다. 한·중앙아 협력 포럼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가는 이유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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