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이사장, 이사회서 제시
“이사회 활성화 차원 논의일 뿐”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이 재단 이사들에게 이사직 유지 조건으로 연간 기부금 1000만원을 내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보수 명예직인 이사직을 놓고 대가를 바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헤럴드경제가 7일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겸임하고 있는 윤범모 이사장은 지난 3월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상임이사직 신설 등을 논의하며 “일반이사, 이게 좀 참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인데...”라고 말했다. 이사 A씨는 “아 그럼, ‘각자 우리 1000만원씩 내야 된다’ 이런 이야기하시는 거예요?”라고 반문했고, 여기에 윤 이사장은 “뭐 그렇게 하시면 이제 최고 바람직하죠”라고 답했다. 이사 B씨는 “그러니까 기존이든, 앞으로든 일단 여기 이사를 하려면 연간 1000만원씩 도네이션하라는 얘기 아니야”라며 재차 확인했다.
미리 배포한 회의자료에는 재단 이사진·직원 역량 강화 방안으로 이사진 선임 기준 강화·상임이사직 신설, 대외협력 전문직 충원·후원처 확대가 제시됐다. 이사진 선임과 관련해선 ▷연간 1000만원 이상 후원 가능 대상자를 재단이사로 추천 ▷매년 10억원 이상 후원·협찬금 개발 의무 상임이사직 신설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윤 이사장은 회의 말미에 “상임이사를 둘 수 있다. 구체적인 것은 더 연구했으면 좋겠다. 말씀해주셨고, 이사회는 연간 최소 1000만원 회비를 내는 분을 이사로 모시겠다”고 정리했다. 재단 관계자는 “상임이사직 신설 등 이사회 결정안을 바탕으로 정관 개정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회의 후 일부 이사는 사의를 표명했다. 이사 A씨는 “발전기금 확충의 방식과 시기는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이사장이 독단으로 통보해 이사들이 굉장히 불쾌해했다. (이사장이)조직 운영과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사 C씨는 “다른 문화재단에서도 이사를 하고 있지만 임기 중간에 자격 조건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 정관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사 D씨는 “돈만 내면 다 받아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재단 측은 “(이사진의 1000만원 연회비는) 전시후원사업이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사회의 활성화와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사항이다. 재단의 모든 방침은 이사회에서 논의·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 논의 결과에 대한 적용은 향후 취임하는 분들에게 해당, 현 이사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 처음 만들어졌다. 후원자들의 사모임인 ‘미술관 후원회’와 달리 전시·작품수집·조사연구 등 미술관 업무를 지원한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