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공장의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에 110억~170억 달러(약 13조~19조원)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가로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원하는 요구 조건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지역매체인 커뮤니티 임팩트 뉴스페이퍼(Community Impact Newspaper)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향후 25년여 동안 100%의 세금 환급(100% tax rebate)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을 통해 삼성 측 요구조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매체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최근 오스틴시가 ‘향후 10년 동안 6억5000만달러(약 7230억원) 규모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안에 대해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한(rejected)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세법에서 리베이트(rebate)는 소비 촉진이나 기업 유치 등을 위해 정부에서 세금의 일부를 돌려줄 때 주로 사용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리베이트는 흔히 제약회사 등에서 약품 가격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상황 등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미국에서의 리베이트는 합법적으로 권장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장기간 세제 혜택을 지방정부에 요구한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요구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애리조나, 텍사스 또는 뉴욕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 달러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텍사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기존 반도체 공장이 위치해 있는 오스틴이 여전히 유력 후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사업을 확장해 온 바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SAS)의 커뮤니케이션 업무 담당 이사 미셀 글레이즈(Michele Glaze)는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 결정에 관한 사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커뮤니티 임팩트 뉴스페이퍼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가 현실화할 경우 텍사스주 역사상 가장 큰 단일 투자가 될 것”이라면서 “약 2000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막대한 세수를 포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느냐, 아니면 현상 유지에 만족하느냐’를 놓고 선택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