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액 반토막…미술시장 사실상 ‘스톱’
948억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재건나서
‘정부미술은행’ 지원은 이번 추경서 제외
“작가들에게 최고 지원은 작품 구매…
‘일자리’보다 내 작업 집중하게 해달라”
총 948억원. 사상 최대규모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도로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예술계를 살리기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연말까지 전국 지자체 228곳과 함께 예술인 8500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예술작품을 설치하거나 문화공간을 조성, 도시재생, 미디어·온라인 전시, 주민 참여 공동체 프로그램등 다양한 유형의 예술작업을 지역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벽화만 잔뜩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주민 소통과 참여를 바탕으로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선 759억을, 지자체에선 189억을 매칭해 총 948억원이 지원된다. 사상 최대규모다.
문체부가 3차 추경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선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기 3749명의 예술가를 고용, 전국의 정부건물을 위해 1만 5000여점의 그림, 벽화, 판화, 공예, 조형물을 제작했던 공공미술프로젝트(PWAP)까지 언급됐다.
문체부 당국자는 “지금 당장이 너무나 급하다는 예술인들의 호소가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예술로 연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도 잊기 힘들다고 한다.
막대한 규모의 지원금이 예술계 종사자들만을 위해 쏟아진다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PWAP를 이끌던 해리 홉킨스 연방긴급구제국 국장이 “그들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먹어야 살 것 아니냐”라며 예술가 구호를 결정했던 것 처럼, 예술가도 먹고 살아야한다.
특히, 전무후무한 팬데믹 현상으로 경매시장이 반토막 나는 등 시장이 사실상 ‘스톱’상태일 땐 정부지원이 절실하다.
시각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지원은 바로 작품을 구매해 주는 것이다. 작가들 10명에게 물어보면 10명 모두 특정 용역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인건비를 받는 것보다, 자신의 작업에 몰두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답한다.
이미 국가에서도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출범한 정부미술은행이 이같은 일을 한다.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서화, 조각, 사진, 공예품 등을 구매하고 정부가 이를 국가기관에 빌려주거나 전시하는데 활용한다. 그러나 이번 3차 추경에서 정부미술은행은 완전히 빠져있다. ‘일자리 창출’, ‘고용’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8500명의 예술인 고용이 일시적으로 일어나지만, 미술은행은 숫자로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정책 대상자들이 원한다고 할지라도 ‘일자리 창출’에 매몰된 정부앞에선 순위가 밀리는 것이다.
문체부는 “예술 생태계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차 추경안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예술 활동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진짜 일회성으로 그치는 정책일까. 무엇이 현장 의견일까. 당국자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질문이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