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이후 달라진 도심 풍경 국립현대미술관, 매주 금·토 야간개장 전시관람 후 발레강좌 프로그램 운영
롯데뮤지엄, 오후 6시이후 티켓 할인 래퍼 초청공연 반응 좋아 23일 재공연
#. 광화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손은화(35)씨는 금요일 퇴근 이후 지인들과 삼청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여있는 삼청동까지 마을버스로 이동 한 뒤, 쾌적한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고있으니 곧 지인들이 도착했다. 함께 전시를 둘러보고 미술관을 나서려는데 저녁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6시 30분부터 전시도 보고 발레도 배울 수 있는 이벤트가 곧 열린단다. 퇴근 후 서두르면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도심 미술관의 풍경이 달라졌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것.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디(D)뮤지엄, 롯데뮤지엄은 지난 한 달 간 관람객이 5~6%정도 늘었다. 해가 긴 여름을 맞아 야간개장 등 연장운영에 돌입한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은 밤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는데, 금요일의 경우 직장인 관람객이 많다. 특히 주 52시간을 시행한 7월 1일 이후엔 금요일 하루 관람객이 시행 2주전 5845명에서 6084명으로 239명 늘었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늘어나자 이를 타깃으로 하는 이벤트도 많아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8월말까지 매주 금요일 5시 ‘동시대문화예술강좌’를 마련했다. 또한 같은기간 금요일 저녁 6시 30분과 토요일 오전 10시엔 ‘MMCA 무브×아디다스’라는 이름으로 현대무용, 스트리트댄스, 전시관람 후 발레강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성인 50명이 참여하는 이 강좌는 매번 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오는 10일과 11일에는 국립발레단이 함께하는 ‘MMCA 무브×아디다스’발레가 열린다. 단색화가 윤형근의 전시를 큐레이터 해설로 듣고, 서울박스에 설치된 작품을 배경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두 편의 발레 작품 ‘흔적’과 ‘흉터’를 감상하는 행사다.
이어 국립발레단 박일 발레마스터가 ‘즐거운 발레 여행’을 주제로 발레의 역사와 낭만ㆍ클래식 발레 등 발레 양식을 소개한 후 ‘백조의 호수’의 대표 안무인 ‘날개짓’ 동작을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배우는 시간도 예정돼 있다.
롯데뮤지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직장인에게 티켓을 3000원 할인한다. 래퍼를 초청 뮤지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뮤지엄 나이트’도 지난 19일에 진행했다. 반응이 좋아 이달 23일에도 재공연이 이어진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도 “월~목요일은 저녁 8시까지, 금~일요일은 10시 30분까지 전시장을 여는데 주중 저녁엔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단체관람도 많아져 주 52시간 시행의 영향이 확실히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의 저녁시간에 여유가 생기자 가까운 회사에 가까운 미술관, 즉 도심 미술관들이 즉각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이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건 숙제로 남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초기 반짝 효과처럼 전시장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미술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삶에서 예술을 가깝게 즐기고 만끽하기 위해선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