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실상 대책 TF 주무부처 -위헌 다툼ㆍ국회 통과 난항 예상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법무부가 거래소 폐쇄까지 언급하며 가상화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법무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그러나 관련 규제가 입법되려면 법리 다툼과 여론 역풍 등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부는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태스크포스(TF)에서 주무부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가상화폐가 금융 거래로 인정되지 않아 금융ㆍ경제 부처에서 대책 마련에 난색을 표했고, 규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법무부가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뒤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와 법무부가 잇따라 “관계부처와 논의할 것”이라는 해명 자료를 냈지만 법무부의 준비 단계는 구체적이다. 국무조정실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즉각 국회에 발의할 수 있을 만큼 특별법 초안과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가 특별법 제정이라는 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법률 적용이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법률이 법령에 따른 인ㆍ허가를 전제하는 만큼 오히려 가상화폐 거래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시장에 줄 가능성을 우려해 제외됐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을 두고 벌써부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창천의 윤제선 변호사는 “특정 국민에 대해 집행이나 재판을 매개하기 않고 효력을 미치는 처분적 법률은 그 자체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08년 헌법재판소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특검법’ 위헌 소송에서 ‘처분적 법률을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기는 하다.
법리 다툼의 결과와 상관 없이 성난 투자자들이 법률 시행을 막기 위해 위헌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지난달 30일 한 변호사가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국민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여론이 계속 악화되면 법안 발의부터 국회 통과까지 난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특별법 발의 형식을 두고 정부 입법과 의원 입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속도감 있는 절차를 위해 의원 입법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투자자들에게서 뭇매를 맞고 있는 특별법을 대리 발의할 여당 의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가상화폐 규제에 우려를 표하는 야당을 설득해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도 난관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특정 거래소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세청은 지난 10일 국내 1, 3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의 세무 현장조사를 벌였다. 코인원은 도박 개장 등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법조계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수사가 곧 검찰로 넘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상화폐 관련 법률이 전무해 수사 대상이 시세 조작이나 횡령 등 현행법 위반 행위에 한정된다는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또 수사가 본격화되면 검찰 수사를 행정 수단으로 동원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