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계족산 황톳길 신화만으론 넘치는 ‘끼 주체 못해… 인상주의 화가에 IT접목 ‘신개념 레저공간 라뜰리에’동대문에 론칭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반도체 회사원-벨소리 서비스 벤처기업 창업-주류회사 인수-황톳길 조성-미술테마파크 론칭’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30년 비즈니스 행로다. 하나같이 다르지만 여기엔 일맥상통의 궤적이 있다. 이것을 주인공 조 회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라고 단언한다.

조 회장은 25년 전 단돈 2000만원으로 벨소리ㆍ통화연결음 서비스 기업인 ‘700-5425’를 창업하면서 성공한 벤처 1세대로 꼽힌다. 2004년 대전ㆍ충남지역 소주업체인 선양(현 맥키스컴퍼니)을 인수하더니 2006년부터는 계족산 황톳길을 매년 조성해 에코힐링(eco healing) 전파에 힘을 쏟아오고 있다.

조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엔 색다른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0월 28일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 IT기술을 접목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를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개관한 것. 라뜰리에(L‘atelier)는 빛(light)과 예술가 작업실(아뜰리에ㆍatelier)을 결합한 것으로, 19세기 인상파 특징이 ‘강렬한 빛’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7년여만에 완성된 라뜰리에 150억여원을 투입하는 통큰 면모를 보인 조 회장은 라뜰리에가 3대(代)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조 회장은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 부산 등 국내 주요 도시를 비롯해 중국, 동남아에 라뜰리에를 수출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중국 기업가들이 라뜰리에를 이미 방문해 세트(모듈) 수입 의사를 적극 표명하는가 하면 기술 전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11층)에 론칭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뜰리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 IT기술을 접목, 인터랙티브 캐릭터와 함께 스폐셜 어트랙션(체험형 놀이기구)이 설치된 신개념 레저공간이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고흐’를 만나다= “라뜰리에는 단지 명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고흐와 대화를 하고 작품 속 인물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커피도 마실 수 있죠.”

1419㎡(430평) 규모 라뜰리에는 모네의 정원과 몽마르트 거리, 가을의 낭만이 넘치는 테르트르 광장, 꽃내음과 커피향이 퍼지는 마들렌 꽃시장, 고흐의 노란 집이 있는 라마르틴 광장, 19세기 프로방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포름 광장 등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체험 공간은 그림 속 환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조명과 날씨(온도), 향기까지 최적화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인터랙티브 캐릭터와 함께 놀라운 감동을 주는 스폐셜 어트랙션(체험형 놀이기구)이 마련돼 있다.

연극과 뮤지컬도 펼쳐진다. ‘에밀졸라의 서재’에 들어가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캐릭터가 등장해 고흐와 그의 주치의 등과 대화하면서 자살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라마르틴 광장에서는 15분짜리 뮤지컬 ‘고흐의 꿈’이 펼쳐진다. 화가로서 부푼 꿈을 안고 아를 지방에 도착한 고흐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조 회장이 인상주의를 주제로 결정한 것은 프랑스와 유럽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그림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 몰리는 관광객의 규모를 보면서 착안했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라뜰리에 곳곳에서 명화 속 인물을 재현한 인터랙티브 캐릭터 300여 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입장객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후 ‘라뜰리에 태그(RFID 목걸이)’로 인식해 체험자별로 차별화된 이야기를 건낼 거예요. 타깃 고객층은 초등학생이예요. 초등학생에 초점을 맞춰야 가족 3대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죠”

4차 산업의 모범 사례로 전세계 수출 목표= 조 회장은 테마파크 사업을 4차산업의 모범사례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20년 후에는 현재 직업의 70%가 사라진다고 해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하는 셈이죠. 이런 점을 감안하면 4차산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렇다고 4차산업이 무겁고 장대한 것만은 아닙니다. 기술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결국 4차 산업이죠”

조 회장은 ‘라뜰리에’를 준비하면서 전담 직원들에게 딱 한 가지를 주문했다. ‘돈 많은 기업이 카피하지 못하도록 디테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 “사실 기술개발도 어려웠지만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인사동, 과천, 일산 등 여러 곳을 타진하다 결국 동대문 쇼핑몰 밀집지역에 자리잡은 것은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공존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입니다. 특히 이 건물에 조만간 대표적인 영화관까지 개관합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아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조 회장은 라뜰리에 공간 수출을 위해 모듈화에 심혈을 쏟았다. 문화콘텐츠 서버를 서울에 두고 전세계로 수출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디뎌가고 있다. 실제로 ‘실시간 3D 영상 다중화면 동기화 시스템’과 ‘홀로그램 상품 자동판매기’ 등 다수의 특허기술과 공연 연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성공 비결, 역(逆)ㆍ창(創)ㆍ락(樂) 경영=조 회장이 전자공학도 답게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삼성반도체(삼성전자)에 입사하고도 일찍 사회로 뛰쳐 나온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몇 번의 이직을 거쳐 대구에서 서른세 살에 창업을 했다. 전화를 걸면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주)5425를 설립했다. 당시 삐삐(무선호출기) 인사말 녹음, 휴대전화 음악편지 등은 공전의 히트를 쳤고 결국 대박을 터뜨렸다.

삐삐가 사라지면서 다른 사업을 구상하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전ㆍ충남지역의 소주업체인 선양을 2004년에 인수한 것도 남다른 선택이었다. 소주에 상쾌한 산소를 넣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산소 소주 ‘O2린’을 만들어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사업이 안착되자 대전 계족산에 14.5㎞에 달하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계족산 황토길은 ‘사람과 사람사이’란 사업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예요. 처음 사업과 무관하게 맨발 걷기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됐다는 측면에서 ‘공유가치 창출(CSV) 경영’ 효과를 거뒀습니다. 소주 한 병 더 파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통했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 11년간 전국의 질좋은 황토를 사 나르고 쏟아붓고 다지는 데 그치지 않고 맨발 걷기 대회, 숲 속 음악회 등을 열면서 매년 6~7억원을 들이지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런 노력으로 계족산 황토길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 중에서도 명소로 꼽히고 있다.

이런 조 회장의 경영 철학과 기법은 뒤집어 생각해보고 새로운 일을 꾸미고 이를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역(逆)ㆍ창(創)ㆍ락(樂)으로 정리된다. “역ㆍ창ㆍ락은 꼭 기업 경영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도 필요한 세글자라고 확신합니다. 역은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역발상으로,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선 남을 따라해서는 살아남기 힘들죠. 창ㆍ락은 ‘꼭 하고 싶은 것’, 새로운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자는 겁니다. ”

“돈을 많이 번다고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직원들이 좋아하고 대중이 좋아해야 좋은 회사죠. 이런 점에서 우리 회사 비전을 ‘Creative& Good Company’로 했습다. 맥키스라는 사명 역시 사람 사이를 있는 ‘맥(脈)’에다 사랑과 즐거움인 키스(KISS)를 합친 겁니다.”

정리=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