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제도·몰디브 등 원주민 큰 피해 우려
단순히 태평양 섬 국가들만의 문제 아냐
영국·미국 마이애미 등 해안 빠르게 침식중
정부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나서야
“키리바시와 마셜제도, 몰디브, 투발루 등 여러 나라가 향후 수십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카디르 반 로후이젠(Kadir van Lohuizen)은 26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2회 ‘H.eco Forum 2022(헤럴드환경포럼)’에서 “우리가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는 해수면 상승으로 상당히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수면 상승위기를 알린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사진작가로, 이날 직접 촬영한 사진을 통해 세계 각지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기후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북극을 보면 된다”며 “(북극에 있는) 그린란드에선 여름철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적이 두 번이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린란드 빙상에 비가 내렸던 일은 전례가 없던 심각한 현상이라고도 덧붙였다. 만일 그린란드의 약 2.5~3㎞ 두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은 7m 상승하고, 남극대륙이 녹는다면 무려 86m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원주민 피해도 이미 현실이 됐다. 방글라데시를 예로 들며 “보통 사이클론이나 폭풍우로 홍수가 나더라도 이후 물이 다시 빠졌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토양 염분 농도 상승을 야기하고 식수 확보 및 농작물 재배 난항으로 이어진다. 실제 주민의 이주가 늘자 인근 국가인 인도는 국경선에 장벽을 쌓았다고도 덧붙였다.
피지와 하와이 사이에 있는 키리바시도 마찬가지다. 그는 “만조가 되면 해변이 사라지고, 주민은 코코넛 나무와 모래주머니로 집을 보호한다”며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국제공항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은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약 30년 후엔 모두 대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태평양 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는 “영국 동쪽 해안이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침식되고 있는 해안”이라며 “해마다 2~3m씩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해당 지역을 더는 보호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주민도 이주를 앞두고 있다.
그는 또 “미국 마이애미의 운명도 위태로워 보인다”며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이제 사람들은 불과 몇 십년 내에 대피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현재 수백개 펌프가 설치돼 있지만 장기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디르 반 로후이젠은 “해수면 상승이라는 것은 부자인지, 가난한지를 따지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구 기온을 낮추지 않는다면 네덜란드도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1~3m 높아질 것”이라며 “80년 이내에 벌어질 일”이라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제방을 강화하고 만을 폐쇄하는 작업에만 40년이나 걸렸다”며 “해수면이 몇 m 상승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이미 벗어났다. 과연 언제 닥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현 인류가 미래 세대에 빚을 지고 있다는 그는 “지난 세대가 엄청난 복지를 향유했다면 이젠 그만큼 미래 세대를 책임져야 할 때”라며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주요 기업들이 스스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