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피스아시아가 필리핀 열대우림 지대에서 임업과 농업을 함께 추진하는 유기농 혼농임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 국립대, 지방정부와의 협업으로 주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사단법인 에코피스아시아는 화전농업으로 인한 필리핀의 열대림 파괴 문제를 막기 위한 혼농임업 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화전농업은 열대우림에 불을 질러 경작지를 마련한다. 열대림 파괴와 토질 저하, 생물 다양성 감소, 기후 변화 적응 취약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발생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약 3억명의 극빈층이 생계를 위해 화전농업을 하고 있는데,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21억t에 달한다. 화전민 1명이 생계를 위해 매년 약 3000평의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혼농임업은 화전농업으로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대안 농법이다. 농업과 임업(나무 심기)을 결합한 농사로, 열대유실수와 숲 인근의 토지를 활용해 작물을 키우는 방식이다. 토지와 영양분,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대하고 병충해 피해를 분산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주민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필리핀 산림지대 주민의 혼농임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 국립대, 농민단체, 현지 지방정부 등과 협업해 주민 교육을 진행했다. 필리핀 전통 지식을 살려 우리나라의 품앗이와 유사한 바야니한 유기농 협동농장을 운영했으며, 마을별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자체 영농조합 법인 설립을 지원하기도 했다.
에코피스아시아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소규모 마을 농민자치조직을 규모 있는 농업법인조직으로 전환해 자체 기획력과 집행력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지역 주민들이 주로 재배해 온 작물은 코코넛, 바나나, 파인애플 등으로, 뿌리가 약해 열대우림 지역의 홍수와 가뭄에 취약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에코피스아시아는 농민 수요조사 및 토양전수조사를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수확 기간은 길지만 인기가 높은 열대과실수와 7개월마다 수확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경제적 자립기반이 되는 환금성 작물 재배를 병행하는 해법을 도출했다. 이같은 혼농임업이 도입되면서 경작지 내 추가된 생물 종수는 40여 종에 달한다. 특히 최고급 초콜렛의 원료가 되는 유기농 카카오가 확대 보급되며 공정무역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코피스아시아에 따르면, 약 4년 간 혼농임업 사업을 통해 주민 소득은 지역별로 최소 50% 이상 늘었다. 에코피스아시아의 사업은 현지 상황에 적합한 사업 형태를 개발하고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제도적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NGO 최초의 혼농임업 도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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